NH투자증권의 독립경영 기조가 유지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농협중앙회장의 교체 등 여러 변수가 등장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투자시장 특성을 반영해 성과 중심의 독립경영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차기 수장을 결정짓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임기는 이달 26일 만료된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가 2014년 인수한 우리투자증권과 기존 NH농협증권을 합병해 만들어진 회사다. NH농협금융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지분은 56.82%에 그친다.
NH농협금융은 NH투자증권 출범 이후 독립경영 기조를 유지해 왔다. 농협 관계자는 “임종룡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NH투자증권이 출범할 당시 독립경영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이후 지금까지 농협 내부에서 NH투자증권의 독립경영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합병 이후 독립 경영 기조의 중심을 잡아온 인물은 정영채 현 사장이다. 그는 2018년 3월 사장에 선임된 이후 NH투자증권을 농협금융의 주요 수익창출 창구로 성장시켰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9년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RO) 주관, 회사채 인수 실적 등 다수 부문에서 1위 성적을 거두며 업계 선도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2021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여기에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5530억원으로 전년(3029억원) 대비 82.56%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으로 증권업계 경영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상황에서 달성한 실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NH투자증권의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독립경영 기조에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먼저 그동안 독립경영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정 사장의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정 사장은 지난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옵티머스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문책경고 이상부터 중징계로 분류되며, 중징계를 받을 경우 향후 3~5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정 사장이 징계 가처분과 취소 소송에 나섰지만 법률 리스크가 그의 연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한 농협중앙회장의 교체도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 1월 25일 농협중앙회 선거에서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이 당선됐다. 농협중앙회장의 교체는 농협 전체의 정책 및 기조 변경을 불러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새로 취임한 만큼 보은인사의 가능성도 제기한다.
투자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 차기 사장에 따라 독립경영 기조의 유지 여부가 달렸다고 본다. 그러면서 NH투자증권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전문 경영인을 중심으로 독립경영 기조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증권업계 대내외적 리스크로 불안정한 만큼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수장을 통해 헤쳐 나가야 한다”며 “투자분야의 전문가 선임과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NH투자증권이 세운 업계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29일 오전 후보군을 압축한 숏리스트 확정을 위해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결과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