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심판’이라 불리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야구팬들 앞에 첫 선을 보였다.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몇몇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는 7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목을 끈 건 ABS의 도입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O는 ‘로봇 심판’ ABS 도입을 결정했다.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MLB)보다 빠른 도입이다. 앞서 KBO는 지난 4년간 퓨처스리그에서 ABS를 시범 운영한 바 있다.
KBO는 스트라이크 존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현장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ABS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KBO는 “ABS 좌우 기준을 홈 플레이트 양 사이드 2cm씩 확대해 적용한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운영할 때 양 사이드 2.5cm씩 확대 운영한 사례를 참고했다”면서 “상⋅하단 기준은 홈 플레이트 중간 면과 끝 면에서 공이 상하 높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수들 신장도 ABS 판정 요소 중 하나다. KBO는 “상⋅하단 높이는 선수별 신장 비율을 고려한다. 상단은 선수 신장 56.35%, 하단은 선수 신장 27.64%가 기준이다. 이 비율은 기존 심판 스트라이크 존 평균 상⋅하단 비율을 기준으로 측정했다”고 밝혔다.
화제 중심에 선 ABS가 류현진이 등판한 한화 이글스 청백전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만큼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현장은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경기를 마친 류현진은 “공 한 개를 빼면 생각과 비슷한 심판 콜이 나왔다. 스트라이크 판정 받을 만한 공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고 ABS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다만 ABS 판정 도입으로 새로운 진풍경이 보이기도 했다. 포수가 공을 잘 잡지 못해도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온 것이다. 7회말 좌완 이충호의 공이 우타자 몸쪽 아래로 크게 빠진 것처럼 보였지만 ABS는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포수가 미트를 땅으로 덮었음에도 스트라이크가 됐다. ‘ABS식 스트라이크’에 타석에 들어선 최재훈도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와 같은 장면은 앞으로도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KBO는 “포수 포구 위치, 방식 등에 상관없이 좌⋅우, 상⋅하 기준을 충족하여 통과했는지 여부에 따라 스트라이크가 판정된다”고 ABS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포수의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ABS 도입으로 포수의 프레이밍(포구 능력)은 인정받기 힘들어졌다. 공을 잘 잡더라도 로봇 심판 기준에 못 미친다면 볼이 되고, 포구 능력이 좋지 않더라도 기준을 충족한다면 스트라이크다. 소위 말하는 ‘덮밥(포수가 스트라이크처럼 보이는 공을 잘 잡지 못해 볼이 되는 현상)’이 발생해도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다.
‘로봇 심판’ ABS 시대가 찾아왔다. 올 시즌부터는 포수가 공을 놓치더라도 기준에 충족한다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는 ‘ABS식 스트라이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할 전망이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