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밸류업 훈풍’ 수혜에 급등인데…투자업계는 “모멘텀 악화 주의”

금융주, ‘밸류업 훈풍’ 수혜에 급등인데…투자업계는 “모멘텀 악화 주의”

KRX 은행·증권·보험지수, 코스피 상승률 상회…최대 11% 급등
확대된 주주환원정책·호실적·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영향
투자 주의 의견도…“밸류업, 시장 기대치 상회 결과 없다면 실망감 유입 불가피”

기사승인 2024-05-01 06:00:14
쿠키뉴스DB

국내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은행 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증권과 보험지수도 최대 ‘두 자릿수’ 오름세를 선보였다. 이는 호실적과 주주환원정책 강화, 밸류업 등 호재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투자업계에선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발표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4월말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KRX 은행지수는 731.33에서 11.05% 급등한 812.21을 기록했다. 아울러 KRX 증권지수도 665.67에서 718.20으로 7.89% 올랐다. KRX 보험지수의 경우 1705.18에서 1882.12로 10.37%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인 4.34%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금융권 지수의 가파른 상승세는 호실적과 강화된 주주환원정책에 기인한다. 실적 발표를 마친 증권사들을 보면 대부분 실적 제고에 성공했다. KB증권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09% 급등한 1988억원을 달성했다.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도 각각 22.4%, 7.8% 오른 순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지주들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실적을 선보였지만 시장 컨센서스에는 부합한 성적을 발표했다. 특히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선포하면서 투자자 관심을 이끌었다. 시장에서 은행주 투자 포인트를 주주환원율 확대 여부로 보는 만큼, 기대를 충족한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일례로 KB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 도입 방침을 밝혔다. 연초에 최소 배당총액을 정해놓고, 매 분기 동일한 현금배당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KB금융은 올해 현금배당 총액을 1조2000억원(분기당 3000억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KB금융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인 지난달 26일 전 거래일 대비 9.67% 치솟은 7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보험주의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보험부채 적립 증가 전망, 실손보험금 예실차 등 재무부담 증가에도 주요 종목 중심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대표적인 보험주로 분류되는 삼성생명은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13.19% 급등한 8만7500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은 올해 배당 성향을 최대 45%로 제시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가이드라인 발표 일정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금융주 전반에 대한 강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거래소는 오는 2일 유관기관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제정안을 공개하고, 최종 의견수렴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5월 중 가이드라인을 확정·발표하여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자율공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에는 구채적인 세제지원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배당확대 기업 주주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 하겠다“면서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업계에서는 단기 급등세를 보인 금융주들에 대해 신중한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 여부에 따라 상승 동력을 잃고 주저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기대치가 주가에 선반영 됐다”면서 “그만큼 오는 2차 세미나에서 시장 예상보다 더 구체적이고 강한 결과가 없다면, 실망감 유입은 불가피하다. 단기 급등 이후 과열 및 매물소화 국면 진입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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