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63) 이란 대통령의 5일 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가운데 이란 현지에서 애도와 혼화의 상반된 모습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22세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의 고향인 사케즈 등 일부 도시에서 시민들이 불꽃을 터뜨리고 음악을 들으며 환호하는 모습 등이 게시됐다.
또한 도로에 있던 운전자들은 서로 경적을 울리며 축하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영국 런던 주재 이란 대사관 밖에서는 여성들이 이란 깃발을 흔들며 춤을 추기도 했다.
마흐사 아미니 시위 당시 보안군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의 가족은 외신을 통해 “라이시의 영혼은 결코 평화롭게 잠들지 못할 것”이라며 “이란의 모든 희생자 가족과 국민에게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당시 시위 중 사망한 사람들에는 10대 소년과 60대 어머니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들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정부의 인권 탄압을 주도한 인물이다. 25세에 사법부에 입문해 2014년에는 검찰총장을 맡았다. 약 40년간 검사로 재직하면서 반체제 인사 수천명을 잔혹하게 숙청해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불렸다. 지난 2021년 대선에서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에선 온건·친개혁 후보들이 대거 출마가 금지됐었고, 당시 투표율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외신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기뻐하는 행동이나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체포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테헤란의 주요 거리와 광장에는 군인들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