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이 2010년대 수준으로 떨어지면 혼인건수가 25%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집값과 혼인율은 연관성이 있으나 저출생 원인을 ‘집값’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저출생 원인으로 ‘집값’을 지목하고 주거 대책을 늘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29일부터 출산 가구에 최저 1%대 금리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행했다. 지난 3월25일부터는 공분양주택(뉴홈) 신생아 특별·우선 공급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집값 하락 시 혼인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민간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로버트 루커스의 모형을 기반으로 주택가격과 결혼 여부를 분석한 결과, 주택가격을 37% 하락시켜 2010년 수준으로 되돌리면, 혼인건수가 24.2~24.6%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2012년 아파트 매매중위가격은 2억4677만원에서 2021년 4억9509만원으로 101% 증가했다. 파이터연구원은 최근 10년간 혼인건수가 급감한 원인으로 주택 가격 급상승을 지목했다. 실제 같은 기간 혼인건수는 32만7073건에서 19만 2507건으로 41% 감소했다. 파이터치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아파트 매매중위가격과 혼인건수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저출생 해결을 위해 중앙과 지방정가 나서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10년 전과 비교 시 더 어려워졌다. 민주노동연구원이 3일 발표한 ‘부동산 폭등기(2014~2023) 청년가구 재정변화 분석’을 보면 서울 아파트 연평균 매매가격은 2014년 4억8720만원에서 2022년 12억7380만원으로 2.6배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가구주가 29세 이하인 20대 가구의 연 소득은 평균 4123만원이다. 연 소득에서 소비 지출(2136만원)과 비소비지출(598만원)을 뺀 ‘저축가능액’은 1389만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9957만원으로 20대 청년가구가 저축가능액 전부를 86.4년 모아야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집값이 수도권 대비 저렴한 지방에서도 저출생으로 인해 지방소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3월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조사됐다, 전국에서 합계출산율 1명을 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2022년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했던 세종도 0.97명으로 하락했다. 전남(0.97명), 충북(0.89명), 강원(0.89명), 경북(0.86명), 충남(0.84명)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0.55명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집값과 저출산은 연관성이 있으나 집값이 떨어진다고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 청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메시지는 확실하나 단순 경제적인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지방에서도 집값은 싼데 혼인율과 출산율은 떨어진다”라며 “집값도 중요하긴 하나 아이를 낳고 키우는 환경도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도 “저출생 원인은 단편적으로 진단하기 어렵다”라며 “청년마다 욕구가 다 다르고 집 매매하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어 집값 하락만으로 출산율이 올라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