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미분양 삼중고로 불어오는 건설 경기 한파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정부가 건설업계 PF 불안과 미분양 해소를 위한 지원에 나섰으나 업계는 실적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건설 수주액은 34조221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발주처별로 보면 민간 부문 수주가 22조2121억원으로 같은 기간 36.2% 줄었고 공공 부문은 12조147억원으로 5.9% 감소해 민간 수주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선별 수주를 진행하며 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봤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주택 경기 한파가 지속되면서 PF사업은 업계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PF 대출 규모가 자기자본 100%를 넘긴 건설사가 9곳에 달한다. 자본잠식 상태인 태영건설을 포함해 △코오롱글로벌(351.7%), △두산건설(300.8%), △SGC E&C(289.6%), △신세계건설(208.4%), △롯데건설(204.0%) 등이 PF차입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3.55%로 지난해 12월 말(2.70%) 대비 0.85%p 상승했다. 지난해 3월 (2.01%)과 비교하면 1년 새 1.54%p 올랐다.
특히 올해 대형 건설사들은 PF 차입금 만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올해 부동산 PF 만기 도래 차입금 규모가 가장 큰 건설사는 현대건설(7조2790억원)로 전체 대출 잔액의 73.5%로 집계됐다. 이어 롯데건설 4조5351억원(84.2%), GS건설 2조393억원(61.8%), 대우건설 1조4233억원(86.6%), 코오롱글로벌 1조3642억원(70.0%) 순이다.
여기에 주택 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업계의 현금 유동성도 말라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0.8%(7033가구) 늘어난 수치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를 넘은 것은 지난해 4월 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이다. 미분양 물량 증가는 건설사의 현금 유동성을 악화시켜 PF 부실, 수주 감소로 이어진다.
치솟은 공사비도 건설업계의 어려움 중 하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공사비 갈등”이라며 “공사비가 올라 사업 현장에서 갈등이 잦고 재건축 현장에서 시공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공사비 인상과 갈등은 고분양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갈등 중재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건설 업계 지원을 위해 규제 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3일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를 통해 시장 안정화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정책에는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고 시장 자금 순환을 촉진하는 방안이 담겼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이같은 어려움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1일 ‘2024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를 통해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보다 10.4% 감소한 170조2000억원, 건설 투자는 전년보다 1.3% 줄어든 302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하반기 부동산 PF 구조조정이 진행돼 올해도 건설 기업 자금 조달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공사비 상승세는 둔화됐으나 높은 공사비로 인해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대한 선별적 수주가 이루어져 전체적인 수주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