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당시 T1은 4강에 오른 유일한 LCK 팀이었다. 젠지e스포츠, KT 롤스터, 디플러스 기아가 꺾이는 와중에도 홀로 살아남았다. 만리장성에 둘러싸였기에 우승은 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T1은 LPL(중국) 3팀을 모두 물리치고 영광의 ‘V4’를 달성했다. T1의 우승이 더 값진 이유였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사우디e스포츠 월드컵(EWC)에 출전한 T1은 젠지의 탈락으로 또다시 혼자 놓였다. LCK 마지막 희망이 된 T1이 ‘2023 롤드컵’을 재현하고 EWC 초대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T1은 7일(한국시간) 오전 0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키디야 아레나에서 EWC 리그오브레전드(롤) 4강 LCS 팀 리퀴드와 일전을 벌인다.
앞서 T1은 ‘LPL 챔피언’ 비리비리 게이밍(BLG)을 2-1로 꺾었다. 지난 2024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당한 2연패 굴욕을 그대로 갚아줬다. ‘제우스’ 최우제가 ‘탑 제리’를 꺼내 캐리했고 ‘구마유시’ 이민형·‘케리아’ 류민석 듀오도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플레이를 연달아 해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BLG의 자존심을 구기는 장면도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각 팀에 내부 키를 제공한다. 우승팀에게는 탈락한 팀의 내부 키를 트로피에 박제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경기 후 최우제는 ‘빈’ 천쩌빈에게 BLG의 키를 직접 받았다. 최우제는 웃었고, 천쩌빈은 웃지 못했다. 그렇게 T1은 BLG에 완벽한 복수를 해냈다.
T1의 시선은 우승컵으로 향한다. T1은 4강에서 팀 리퀴드를 만난다. 양 팀은 직전 국제대회 MSI 패자 2라운드에서 만났다. 당시 T1은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팀 리퀴드를 3-1로 제압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선 결과와 리그 상황, 현재 전력 등을 비춰봤을 때 T1의 승리가 유력하다.
이번 대회는 젠지의 압도적인 우세가 점쳐졌다. 젠지는 직전 국제대회에서 우승했고, 이어진 LCK 서머에서도 매치·세트 전승을 달리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젠지는 6일 탑e스포츠(TES)에 일격을 맞고 단 한 경기 만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재 남은 팀은 T1(LCK), 팀 리퀴드(LCS), TES(LPL), G2(LEC)다. 각 지역 별로 한 팀씩 생존했다.
냉정하게 보면, 젠지의 탈락은 T1에 호재다. T1은 ‘대 젠지전’ 9연패(LCK 기준)에 빠져있다. BLG를 넘은 상황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단연 ‘천적’ 젠지였다. 이번 대회 대진상 T1은 결승에서 젠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젠지가 떨어지면서 T1은 한결 수월한 대진을 받게 됐다. 홀로 남은 T1이 LCK 자존심을 지키며 EWC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