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롯데캐슬, 변전소 갈등에…정부 “부지 이전도 검토”

청량리 롯데캐슬, 변전소 갈등에…정부 “부지 이전도 검토”

기사승인 2024-07-11 11:00:02
청량리역 롯데캐슬 L-65 정문. 변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달렸다. 2024.7.10. 사진=송금종 기자 

GTX-C 노선 운행을 위한 청량리역 고압변전소 설치 문제로 정부와 인근 아파트 입주민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입주민이 전자파 등의 피해를 우려하며 시설 설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정부는 GTX 사업 지장이 없는 선에서 입주민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11일 청량리역 롯데캐슬 L-65 단지 곳곳엔 변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변전소는 ‘청량리역 롯데캐슬 L-65’ 정문 맞은편 테니스장 부지에 생길 예정이다. 이 단지 D동엔 어린이집이 있는데, 어린이집과 변전소 간 거리는 36m에 불과하다. 주민들은 변전소에서 발생한 전자파가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고압 전류가 흐르는 만큼 화재 시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환경영향평가 설명회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가 본격적인 입주 전인 지난해 8~9월경 이루어졌다며 항의하고 있다.

정부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달 매헌변전소 주 변압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세기를 측정했다. 변압기에서 발생되는 전자파 수치는 가정용 전자레인지와 비슷해 안전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 보건 기관 합의에 따르면 일상에서 접하는 수준의 전자파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청량리 변전소는 또한 지하에 설치되기 때문에 차폐가 더 잘된다는 설명이다. 차폐란 전파의 침투와 간섭을 막기 위해 소재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지하에 변전소를 설치하면 옥외 시설보다 차폐가 더 잘되기 때문에 전자파 노출세기도 줄어든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변전소를 매립하면 차폐가 더 되기 때문에 지상에 설치한 변전소와 동일한 거리에서 측정해보면 (방출세기가) 지하가 훨씬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전소가 주택가에 있을지라도 전자파 (안전)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며 “기술적으론 전혀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입주민들은 그러나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입주민과 동대문구는 합심해 변전소 부지 이전을 건의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변전소 위치가 정문이고 바로 앞에 어린이집”이라며 “단순 변전소도 아니고 특 고압선이 지나간다는데 (전자파에 관한) 뉴스도 봤지만, 미관으로도 안 좋고 (그래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변전소 설치 부지가 단지 어린이집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붉은 원 안이 변전소 사업 부지. 2024.7.10. 사진=송금종 기자 

정부는 열린 자세로 협의에 임하기로 했다. 변전소 부지 이전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입주민 측에서 직접 보지 않으면 못 믿는다고 해서, 주민을 직접 모신 전자파 현장 점검을 협의하려한다”며 “공사 가능한 부지라면 이전 검토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려를 해소하고 싶고 현장 점검은 준비 되는대로 주민께 제안할 것”이라며 “다만 대전제는 GTX 사업에 지장이 생겨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논란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GTX가 들어오는 건 반기면서 변전소 설치는 거부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한 공인중개업소는 “GTX가 들어오려면 변전소가 있어야 한다던데 전자파가 거의 없다고 해도 주민 입장에선 시설이 들어오는 걸 원치 않은 것 같다”며 “아무래도 집값에 영향이 있을 것 같으니 반대할 텐데 GTX가 들어오는 건 또 호재라 (주민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는 “GTX는 좋아하는데 변전소는 싫어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한동안 변전소 설치 반대 서명을 받았는데 지금은 잠잠하다. 오히려 GTX가 들어오면 집값이 뛰니까 서명을 많이 안 하더라”고 귀띔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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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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