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바이오법 제정 4년…“환자 중심 연구로 신뢰 높여야”

첨단재생바이오법 제정 4년…“환자 중심 연구로 신뢰 높여야”

기사승인 2024-08-26 06:00:04
게티이미지뱅크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된 지 4년이 지난 가운데 관련 연구가 활발해졌지만 성과는 여전히 아쉬운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일각에선 임상시험이 무분별하게 늘어나 환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향후 임상 활용 폭을 넓히기 위해선 환자와 산업계 간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어졌다.  

지난 2020년 8월 첫 발을 뗀 첨단재생바이오법(이하 첨생법)은 첨단재생의료의 안전성 확보, 기술 혁신·실용화, 의약품 품질 확보 등을 위해 제정됐다. 특히 기존 약물로는 치료가 어려운 중증 질환자들의 치료 옵션 확장을 꾀했다. 첨단재생의료는 인체세포 등을 이용한 세포·유전자·조직공학 치료 등을 말한다. 줄기세포 치료가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첨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첨단재생의료의 임상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개정을 통해 임상시험 연구 대상자가 아닌 일반 환자도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세포 치료 등 재생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간 국내 재생의료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나 희소·난치 질환에 대한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모든 질환에 대한 임상 연구가 가능하며, 인체세포를 다룰 수 있는 의료기관의 시설 규제도 완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은 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여 첨단재생의료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확대될 수 있도록 했다”이라며 “규제 완화에 따라 첨단재생의료에 대한 의료기관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첨단재생의료 누적 임상 연구계획 심의 신청 건수는 총 125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24건에 그쳤던 신청 건수는 지난해 51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는 12건이 신청돼 작년 같은 기간 6건 대비 2배 늘었다. 

다만 연구 대부분은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에 머물러있다. 확실하게 성과를 나타낸 치료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4년간 이어진 연구들의 성공 여부나 법안의 효과성에 대한 정부 평가가 미흡하다. 연구 데이터는 쉽게 접근할 수도 없어 치료에 대한 환자의 신뢰도를 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이동근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줄기세포 관련 첨단재생 치료들이 무분별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법 제정 이후 4년 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면밀하게 평가하지 않은 채 개정을 진행해 연구와 치료 남용을 부추기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 수는 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검증한 새로운 치료 기술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며 “치료제의 실태와 환자의 기대 사이에서 간극만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 정책위원은 첨생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환자와 소통하려는 산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정책위원은 “연구가 어떻게 진행됐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치료제 현황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박소라 재생의료진흥재단 원장은 “임상 연구 과정에서 치료제를 투여 받는 환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은 것이 아쉽다”라며 “허가 제품이 아닌데다가 기업들이 이익을 쫓는다는 나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산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임상 연구는 환자를 중심에 두고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제도가 활용돼야 한다”며 “시민단체와 산업계, 윤리학자 등 학계가 모여 새로운 임상 방식에 대한 토론을 열고, 제도를 함께 보완해 나가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박 원장은 “첨단재생바이오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고위험 임상 연구가 대다수다.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안전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미충족 수요가 높은 점, 치료를 가능하게 할 열쇠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과학 발전을 위해 합의해 나가야 할 시기다”라고 피력했다. 

한편 첨생법 개정안은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복지부는 관계 기관 논의를 거쳐 오는 9월 또는 10월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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