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금고 선정 입찰 과정에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 여기에 국책은행까지 가세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자본력에서 밀리는 지방은행들은 선정 과정에서 지역사회 공헌도를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입찰 당위성을 호소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광주광역시는 지난달 26일부터 차기 시금고 은행 선정 과정에 돌입했다. 오는 3일에는 입찰을 희망하는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고 지정 설명회를 진행한다. 23일부터 24일까지는 제안서를 접수받고, 11월에는 시금고 은행을 확정할 방침이다.
광주시 금고는 광주은행이 지난 1969년부터 제1금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광주시는 1·2금고를 함께 선정하는 기존의 통합공모 방식을 중단하고, 1·2금고를 별도 공모하기로 하면서 여느 때보다 많은 대형은행의 입찰 참여가 예상된다.
이같은 별도 공모 방식은 부산광역시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14일 부산시금고 금융기관 선정을 위한 신청서 접수를 마감했다. 접수에는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인 BNK부산은행 외에도 국내 업계 1위의 KB국민은행과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참여했다. 부산은행은 지난 24년간 부산시금고의 1금고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 금고 공모에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막대한 저원가성 예금 확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 부산시 전체 예산은 15조6998억원으로, 1금고에 선정될 경우 전체 예산의 70%를 관리 할 수 있다. 2금고의 경우 30%를 담당한다. 또한 공무원과 산하 기관의 급여 계좌도 담당해 고객 확보에도 유리하는 장점도 있다.
이전까지 1금고는 지방은행이, 2금고는 시중은행이 각각 차지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들이 연이어 별도 공모 방식으로 바꾸면서 1금고에 시중은행들이 연이어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지방금융 업권에서는 시중은행들이 체급을 앞세워 지방금융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형 은행들이 수도권에 이어 지방까지 영업 구역을 넓혀갈 경우 지방은행들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노동조합이 소속된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지역 소멸을 부추기는 행위를 자행하는 지역 시금고 유치 과당 경쟁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지역 은행은 해당 지역에 본점을 둔 은행으로써 지역 자금 공급,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 문화 발전 지원 등 지역 재투자를 통해 수십년간 그 지역과 함께 성장해왔다”며 “시중은행은 서울·경기 지역 시금고가 경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자 지역 시금고 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어 지역 은행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의 시금고 입찰은 지속될 전망이다. 부산광역시나 광주광역시를 비롯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금고지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은행을 고집하기보다 자신들에게 더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도록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입찰 과정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 영업은 포화상태고, 인터넷전문은행과도 금리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이나 국책은행들도 수익 다변화 차원에서 지역금고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지방의 특수성을 고려해 지역 시금고 유치전에서도 지방은행을 우대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명분보다 실리를 더욱 중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