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는 기성 언론의 책임과 사회 공헌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언론인 활동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예비 언론인들에게 콘텐츠 구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1월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콘텐츠 기획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이 기사는 공모전에서 당선한 기획안을 바탕으로, 대학언론인이 쿠키뉴스의 멘토링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
호모 아딕투스. 라틴어로 사람을 뜻하는 ‘호모’와 중독을 뜻하는 ‘아딕투스’의 합성어로, 디지털에 중독된 신인류를 뜻한다. 개인 문제로 여겼던 디지털 중독은 이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생하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도파민의 시대’에서 청년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편집자주]
우리는 왜 중독되는가
스탠퍼드 중독치료센터 소장인 애나 렘키의 저서 ‘도파민네이션’에 따르면, 중독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중독 대상과의 접근성이다. 접근이 쉬울수록 중독 위험도 커진다. 실제 지난 1880년 담배 말이 기계가 발명되면서, 니코틴 중독자들 또한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다. 담배의 생산이 늘자, 수요도 늘었던 것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필수가 됐다. 그만큼 중독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워졌다.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중독 위험을 높이는 단점으로 이어졌다.
김혜연 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 센터장은 “예전에는 길을 찾으려면 지도를 봐야 했고, 게임을 하려면 게임기를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된다. 그러니 누구든 스마트폰에 빠지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중독, 기업에는 ‘실적’
디지털 중독 문제를 사회 변화의 영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의 책임 또한 크기 때문이다. 실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가 계속해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유도한다. ‘좋아요’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게 하기도 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전통적인 중독 기제를 사용해 이용자들의 중독을 비즈니스로 활용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노스플로리다 대학 명예교수는 저서 ‘중독의 시대’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한다. “페이스북은 이제 일종의 집착이 되었다. 이 중 우연한 결과는 없다. 식품 공학자들처럼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들도 쾌락의 전통적인 조합 기술에 의존한다. 차이가 있다면 설탕, 소금, 지방 대신 심리적 요인 중에서 중독을 강화할 요소를 고른다.”
페이스북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던 프랜시스 하우겐은 지난 2021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문제를 폭로했다. 페이스북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파악하고도 방치했다는 것이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안전보다 자사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행태를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41개 주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거대 기업 ‘메타’에 소송을 제기했다. 메타가 알고리즘, 알림 설정, 무한 스크롤 등의 기능을 통해 의도적으로 중독을 유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메타는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에 중독되게 만들고,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조작 기능을 의도적으로 설계해 청소년들의 고통으로부터 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중독이 우리 탓인가요”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정신의학과 교수는 디지털 중독의 원인이 청년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고 봤다.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는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갖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사회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도를 해봐도 계속해서 실패하면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기에, 좌절감과 우울감을 잊기 위해 숏폼을 반복적으로 찾게 되면서 중독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진미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부장 역시 중독의 원인을 사회적 문제와 연결해 설명한다. “우리 사회의 청년들은 대부분 경제적, 심리적인 여유가 없다. 따라서 청년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가장 쉽고 값싼 수단은 스마트폰이다. 여유가 없을 때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며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청년들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게 더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의 절반 이상을 아르바이트로 보낸다는 대학생 전예원(여·21)씨는 “취침 전 1~2시간의 여가 시간의 전부다.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보통 누워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전씨는 “시청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휴식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 같다. 돈과 시간이 넉넉하다면 친구들을 만나거나 다양한 곳을 여행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대학생 이선영(여·21)씨 또한 여가 시간이 생기면 주로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씨는 “부자들이 해외여행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동안 서민들은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일을 하고 나면 무언가를 시도할 힘도, 시간도 부족하기에 다른 취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스마트폰을 보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학생들의 디지털 중독 문제를 토로하던 대학생 김시현(여·22)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에 깊게 빠져 있으면 스마트폰을 덜 하게 될 텐데 요즘 대학생들은 하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꿈꾸는 것도 없다. 몰두할 게 없으니까 쉽게 몰두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된다” 답변하던 김 씨의 스마트폰에 알림음이 울렸다. 김씨의 시선이 순식간에 스마트폰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