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사회, 불행이 우리 탓인가요 [도파민 시대④]

중독 사회, 불행이 우리 탓인가요 [도파민 시대④]

-‘디지털 디톡스’ 도움은 되지만…시스템 전환이 중요해
-미성년자 사용 규제 등 정부 차원의 구조적 개선 필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청년들의 ‘일상’이 즐거워지는 것
-사회관계망 내에서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교육 환경 뒷받침돼야

기사승인 2024-09-19 13:07:31
쿠키뉴스는 기성 언론의 책임과 사회 공헌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언론인 활동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예비 언론인들에게 콘텐츠 구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1월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콘텐츠 기획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이 기사는 공모전에서 당선한 기획안을 바탕으로, 대학언론인이 쿠키뉴스의 멘토링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호모 아딕투스. 라틴어로 사람을 뜻하는 ‘호모’와 중독을 뜻하는 ‘아딕투스’의 합성어로, 디지털에 중독된 신인류를 뜻한다. 개인 문제로 여겼던 디지털 중독은 이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파생하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도파민의 시대’에서 청년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편집자주]

최근 디지털 중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피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디지털 디톡스’가 주목받고 있다. 픽사베이

도파민 시대,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디지털 중독 문제가 이슈화하면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피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디지털 디톡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개인 차원의 노력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상에서 건강하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도파민을 분비할 수는 없을까. 앤드류 후버만 미국 스탠퍼드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찬물 목욕’을 권한다. 찬물에 10분에서 15분가량 몸을 담그기만 해도 도파민이 250%까지 증가해 평온함과 집중력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철수(남·19·가명)씨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유튜브를 시청했었는데, 찬물 목욕을 시작하고 나서 시청 시간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적당한 스트레스는 자극에서 멀어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라재훈(남·24)씨는 “악기를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모여 연주를 하거나,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등 사람들과 직접 만나 활동적인 사교 모임을 가지면서 스마트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사소한 담소를 나누더라도 카톡이나 DM 등 온라인 메시지를 거치지 않고 대면으로 직접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각한 중독의 경우에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중독을 이겨내기 어렵다. 이 경우 관련 기관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시는 디지털 중독 해결을 위해 6개의 상담 센터를 운영 중이며,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에서는 기숙형 치유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인스탑’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도 치유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과의존 대처방안을 선택한 표. ‘자기조절 능력 강화’가 53.1%로 가장 높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독 유발한다” 소셜미디어 규제에 나선 국가들


지난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만 3세~69세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1%가 과의존의 대처방안으로 ‘자기 조절 능력 강화’를 말했다. ‘디지털 디톡스’와 같은 개인 차원의 노력이 해결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글의 전략 전문가로 일했던 제임스 윌리엄스는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디지털 디톡스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이틀씩 바깥에서 방독면을 쓰는 노력이 환경오염의 해결책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예요. 개인 차원에서는 단기간 특정 효과를 볼지 몰라요. 하지만 지속 불가능하고,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죠.”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정부 차원의 규제 역시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의 플로리다주, 캘리포니아주 등은 13세 미만 아동에게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8월, 중국 사이버 공간관리국(CAC)은 ‘모바일 인터넷 미성년자 모델 구축 지침’을 공개했다. ▲아동과 청소년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는 모든 미성년자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 ▲‘미성년자 모드’를 설정해 부모가 동의하는 시간에만 이용 가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5월, 프랑스에서는 아민 베냐미나 정신의학과 교수, 서베인 무톤 신경학자를 비롯한 10명의 전문가가 정부의 의뢰로 스마트폰 이용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 13세 미만 아동에게는 스마트폰을 주지 말아야 하고, 18세 미만 청소년은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등의 파격적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세계 여러 국가가 법안과 규제를 통해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규제 시도조차 없었다.

김혜연 강서 인터넷중독예방 상담 센터장은 “디지털 중독에 빠졌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규제를 통한 해결은 어렵겠지만, 정책을 통해 지원해 주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정신의학과 교수. 사진=이가을

‘일상 회복’이 본질적인 해결책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일상이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임 교수는 “청년들의 좌절과 우울감이 계속된다면, 디지털 중독이 해결되더라도 다른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청년들이 사회에서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재미를 느끼고, 무언가 창의적인 도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인 관계망 속에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 스마트폰보다 일상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라며 “정부에서 그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가을 기자
decagram@naver.com
이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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