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는 기성 언론의 책임과 사회 공헌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언론인 활동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예비 언론인들에게 콘텐츠 구현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1월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콘텐츠 기획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이 기사는 공모전에서 당선한 기획안을 바탕으로, 대학언론인이 쿠키뉴스의 멘토링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
스펙=고고익선. 스펙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으로, 최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10여년 전부터 사회 문제로 떠올랐던 취업 준비생들의 고스펙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청년들의 마음을 파고든 취업 사교육, ‘스펙 쌓기 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정부는 청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실시하는 등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청년 고용률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청년들이 스펙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고, 청년 취업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한다. [편집자주]
한국 전체 고용률은 올해 들어 70%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10명 중 7명이 취업 상태라는 이야기지만, 청년층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올해 전체 고용률을 끌어올린 주역은 대폭 증가한 노인 일자리이다. 청년층 고용률은 올해 7월 기준 46.5% 수준에 그쳤다. 수치로만 따지면 전체 청년층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미취업 상태라는 이야기다.
얼어붙은 청년층 취업 시장에 정부는 현금·훈련지원 성격의 청년 정책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2024 꼭 알아야 할 청년정책’을 발표해 교육과 일자리, 주거 등 6가지 분야의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이 중 고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청년 일자리 정책은 근로 경험이 없는 청년층에 기업 인턴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미래내일일경험사업’, 정부 기관 등에 일자리를 주선하는 ‘청년인턴’ 등 청년층에 ‘일 경험’을 제공하는데 집중됐다. 이외에는 구직의사가 있는 청년들에게 매달 5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현금성 복지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선 정책의 깊이가 얕다는 소리가 나온다. 식품업계로의 취직을 원하는 A씨는 지난 7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훈련연계형 일 경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거주 지역 내 국민 취업지원 제도와 연계하는 기업 및 정부 기관에 인턴으로 근무하는 제도다. 일반 사기업 인턴 지원보다 경쟁률이 비교적 낮아 인기가 높다.
그러나 A씨는 일 경험 프로그램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기업과 직무의 종류가 적어 원하는 일 경험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식품 관련 업계에서 식품 기획에 참여해 보고 싶었는데, 당시 지원서를 넣을 수 있었던 곳은 대부분 사회복지, 요양 관련 직장이었다”라며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의도는 좋지만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이 다양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구직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좋지만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 정책 또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 또한 채용 시장에 중요한 하나의 이해관계자”라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기업들에 법인세 혜택을 주는 등 기업들에게도 매력 있는 우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 구직자는 갑을로 따지자면 을에 해당하기 때문에 힘 있는 정부와 기업에서 현재 청년 고용 문제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부연구위원은 공정 채용 법안의 도입 또한 제안했다. 미국에서 시행 중인 고용기회평등법과 같이 고용기회와 대우를 차별하지 않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용기회평등법은 1965년 미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의 주도 하에 제정된 법으로 인종, 피부색, 성별, 국정 등 노동력과 관계없는 요소로 인해 일할 권리가 박탈 당할 경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연방법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고용기회평등법을 준수하는 회사임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셈이다”라며 “완전히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이런 채용 다양성이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식이 기업에 꼭 나쁘다고 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