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도로·철도 터널, 지하철 등 지하공간의 재난방송 수신이 불량하지만 정부 예산은 오히려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의 오는 2025년도 재난방송 수신 환경 개선 사업 예산은 5억8500만원이다. 올해 10억원 대비 41.5%가 삭감돼 정부안에 반영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터널과 지하철 등에서 재난방송 수신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도로 터널 67.6%, 철도 터널 98%, 지하철 역사 약 51.6%에서 FM 라디오 수신이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철도의 경우, KTX와 SRT가 다니는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 노선 내 터널 중 1개 터널을 제외하고는 모두 라디오 수신이 불량했다. 경북선과 경전선, 경강선, 중부내륙선 등은 모두 불량률 100%로 노선 내 라디오 수신이 가능한 터널은 단 하나도 없었다.
도로 권역별 수신 상태를 살펴보면 전국 터널 3220개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684개 중 496개(73%)가 라디오 수신 불량으로 나타났다. 충청남도는 148개 중 128개(86%) 불량으로 1위였고, 강원도가 400개 중 302개(76%) 불량으로 그 뒤를 따랐다.
지난해 지하철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았던 수도권 2호선은 역사 53개 중 44개(83%)가 라디오 수신 불량이었다. 수도권 6호선과 경강선, 부산 2호선은 역사 전체가 라디오 수신 불량(100%)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은 “최근 북한의 대남오물풍선 살포와 잦은 탄도미사일 도발 등 윤석열 정권에서의 남북 강대강 대치 국면이 길어지고 있어 국민의 걱정이 크다”며 “전력이나 통신이 끊긴 극한 비상상황 등 긴급재난문자나 방송을 통한 전파가 불가능할 때는 라디오 재난방송이 대안임에도 여전히 수신 환경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긴급 상황 발생 시 터널과 지하공간은 대피장소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방통위가 예산 확보를 통해 국민 안전과 재난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