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통신과 네트워크 등 기존 사업보다는 AI를 중점에 두고 조직을 재편, 신설하는 모습이다.
지난 29일 KT는 2025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흩어져 있던 기업사업(B2B) 조직을 통합하고, 전략·사업컨설팅부문 등을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B2B 사업을 총괄해 온 엔터프라이즈 부문에 AI 분야 융합사업을 담당했던 전략·신사업 부문을 합친다. 이를 통해 엔터프라이즈 부문은 AI와 클라우드, 플랫폼 등 신사업 분야 사업역량을 갖춰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도록 업무를 혁신한다는 전망이다. 현재 엔터프라이즈부문장인 안창용 KT 부사장이 조직을 이끌게 됐다.
기술혁신부문 산하 KT컨설팅그룹은 전략·사업컨설팅부문으로 확대 재편된다. 해당 부문에는 △AX 전략사업 발굴과 제안, 수행 지원을 맡는 GMT본부 △차세대 IT프로젝트 이행 등을 맡는 TMO 본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전략적 협력 등 국내외 테크기업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SPA 본부 등이 신설된다. KT그룹 최정예 AICT 전문인력들을 중심으로 AICT 대내외 컨설팅 분야에 주력한다. KT컨설팅그룹장인 정우진 전무가 전략·사업컨설팅 부문장을 맡는다.
이 외에도 미디어부문을 신설해 KT그룹 미디어 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 미디어부문장으로는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했던 김채희 KT 전문가 임명됐다.
KT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AICT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전환,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략·사업컨설팅부문을 신설하면서 인력을 확충,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달 AICT 사업전략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MS와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 발표한 바 있다. 한국형 AI 및 클라우드 강화와 2조4000억원의 공동 투자 등이다.
LG유플러스도 다음 달 1일부로 ‘AX컴퍼니 전환 가속화’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B2C 사업을 담당하는 ‘컨슈머부문’에 AI 기반 상품 및 서비스를 주도하는 ‘AI 에이전트 추진그룹’을 신설한다. AI 에이전트 추진그룹은 ‘모바일에이전트 트라이브’와 ‘홈에이전트 트라이브’를 각각 신설해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와 상품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B2C 사업과 AICC·AIDC 등 B2B 사업에서 AX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적 지원도 이뤄진다.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CTO 직속으로 ‘에이전트/플랫폼 개발Lab’을 배치해 AI 관련 신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더하고, CHO 산하에 ‘AX/인재개발 담당’을 배치함으로써 전사 구성원의 AX 역량 확보 및 고도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4년 만에 새로운 CEO를 맞이하며 AX 컴퍼니로의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낸다. 새 CEO로는 LG 경영전략부문장인 홍범식 사장이 선임됐다. 앞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B2B 영역에서는 신성장 동력인 AIDC를 집중 육성하고, B2C 영역에서는 디지털 기반 유통 구조 전환 전략으로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T는 다음 달 초순쯤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SKT는 지난해부터 AI 피라미드 전략에 따라 사업을 진행 중이다. △AI의 근간인 동시에 AI의 수혜를 즉시 향유하는 ‘AI 인프라’ △AI를 통해 본업인 통신을 효율화하고 혁신하며 AI기술을 인접영역으로 확장하는 ‘AIX(AI Transformation)’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AI 서비스’ 등이다. 앞서 AI 피라미드 전략 추진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어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SK그룹이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AI 관련해서는 크게 손을 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 4일 ‘SK AI 서밋 2024’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밸런싱 작업 및 AI 투자비용 충당 계획 관련 질문에 대해 “부채 비율이나 순차 입금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줄인 부분을 어디다가 투자하지 않겠느냐. AI에 투자 비중이 좀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