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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게임업계 종합 성적표가 공개됐다. 게임 산업이 정체된 가운데 호실적을 낸 곳들이 속속 보인다. 호실적엔 대표 ‘지식재산권(IP)’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4조 클럽에 입성했다. 넥슨은 지난해 연간 매출 4조91억원, 영업이익 1조1157억원, 순이익 1조2116억원을 기록했다.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 등 주요 프랜차이즈 3종이 큰 폭의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넥슨 IR 자료에 따르면 주요 3개 IP는 전년 대비 10%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던전앤파이터 IP는 모바일 버전 중국 출시 영향으로 전년 대비 53%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크래프톤도 마찬가지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간 매출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 당기순이익 1조3026억원을 달성했다.
이 역시도 ‘배틀그라운드’ IP 공이 컸다. 배틀그라운 PC‧콘솔은 서비스 무료화 전환 이후 지난해 최대 동시접속자 89만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여기에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더해져 PC‧콘솔 부문 합산 매출이 연간 1조원 수준 규모로 성장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ATTLEGROUNDS MOBILE INDIA, BGMI)’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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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게임사 실적에도 IP가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컴투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6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꾀했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와 다른 유명 IP와의 컬래버레이션, 10주년 기념 이벤트 효과가 컸다.
데브시스터즈와 펄어비스 역시 주요 IP가 반등 모멘텀을 만들어냈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쿠키런: 킹덤’과 ‘쿠키런: 모험의 탑’이 실적을 견인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간 누적 매출 2362억원, 영업이익 272억원, 당기순이익 341억원으로 집계됐다. 펄어비스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한 데도 ‘검은사막’ 역할이 컸다. 지난 2023년 공개한 ‘아침의 나라’ 콘텐츠 마지막 서울편과 중국 지역 확장이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믿고 찾는 IP’를 호실적 배경으로 분석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오래 인기를 끌고 있다는 건 시장에서 품질을 검증받았다는 의미”라며 “한국 게임 이용자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콘텐츠가 늘어난 만큼 양질의 게임을 고르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게임사가 내세우는 주요 IP는 믿고 할 수 있는 게임이기에 기존 이용자도, 신규 이용자도 찾는다고 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IP 활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며 “흥행에는 이용자 특성과 트렌드, 외부 환경 등 여러 요인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IP만 따오는 게 아니라, 철저한 사전 준비가 받쳐줘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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