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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비명(非이재명)계를 연이어 만나며 당내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두 달 안에 치러져야 하는 만큼, 이 대표가 신속하게 비명계를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 된 후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를 구성할 때 비명계 인사들을 대거 배치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본선 전까지 당 내부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합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수습 방안과 당내 통합 방향을 논의했다. 박 전 의원은 22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하며 ‘비명계 숙청’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로,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조우한 것은 총선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날 회동 공개발언에서 “정치는 개인의 사업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한 공적 역할”이라며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고, 박 의원께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 함께 더 큰 미래를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의 기억이 저에게는 고되지 않은 것이 없었으나, 대의명분 앞에서 개인적 감정이 앞설 수는 없다. 힘을 모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비공개 회동에서는 박 전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 승계, 당내 통합, 세대교체 등 세 가지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고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박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과제를 승계해 민주당이 차기 정부를 ‘민주 정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당이 내로남불과 위선 논란을 극복하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며, 세대교체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해졌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시작으로, 이날 박 전 의원과 만났으며,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회동을 예정하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과도 만남을 조율 중이다. 이 대표는 비명계 인사들에게 “함께 손을 맞잡고 나아가야 한다”며 통합 의지를 내비치고 있으며, 향후 회동에서도 유사한 메시지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이 오는 25일 종료되면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3월 중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할 경우,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5월 대선’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이 대표가 비명계를 신속히 포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비명계 인사들과 만나는 것이 사실상 늦은 감이 있다. 5월 대선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며 “특히 이 대표가 배석자 없이 비명계 인사들과 단독으로 회동하는 것도 포용 의지를 강조하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비명계에서는 단순한 만남을 넘어 구체적인 통합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개적인 회동만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비명계 인사는 “중요한 것은 회동 자체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비명계가 이 대표와의 회동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통합 기류가 형성될 경우, 본격적인 협력은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 시점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예비경선까지는 비명계 인사들이 각자의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겠지만, 본선에 들어가면 결국 통합 선대위를 꾸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비명계와의 본격적인 연대는 본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때는 이 대표가 회동을 가진 인사들과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할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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