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5%로 ‘뚝’…한은, 기준금리 2%대 열었다

성장률 1.5%로 ‘뚝’…한은, 기준금리 2%대 열었다

기준금리 2.75%로 인하…2년 만에 2%대 진입
한은, 올 성장률 1.9%→1.5%로 하향
이창용 총재 “금통위원 4명, 3개월 동결 의견”

기사승인 2025-02-25 14:16:16 업데이트 2025-02-25 16:09:1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개회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기준금리 2% 시대가 다시 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면서다.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정국 불안에 위축된 소비·내수 경기 부진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0.25%p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한 건 지난 2022년 8월(2.5%) 이후 2년4개월만이다. 앞서 금통위는 3.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낮췄고, 지난 1월에는 환율 불안을 이유로 금리를 3.0%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하지만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과도 부합하는 결과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채권 운용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55개 기관 100명 중 55%은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직전(40%) 대비 증가한 수치다. 나머지 45%는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한국은행이 방향타를 바꾼 배경에는 내수 침체와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 등 복합적인 악재가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2.2% 감소해, 2003년 카드대란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연속으로 감소하며 내수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한은은 금리를 내려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를 부양해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1월 금통위 회의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암울한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2%에 그쳤다. 4분기 성장률은 전망치 0.5%를 크게 밑돈 0.1%를 기록했다. 올해 전망은 더욱 어둡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낮췄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올해 성장률 예상으로 JP모건이 1.2%, 캐피털이코노믹스가 1.1%를 제시했다. 한은도 이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1.9%보다 0.4%p 낮고, 지난달 예고한 1.6~1.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환율 변동성이 다소 완화된 점도 금리 인하 결정에 힘을 실었다. 지난 1월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은 경기 하방 압력을 줄이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면서도, 동결을 택했다. 결정적 이유는 탄핵 정국으로 커진 ‘환율 변동성’(원화 가치 절하)이었다. 당시 1470원대로 올랐던 환율은 최근 1420~1430원선으로 내려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미국발 관세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번 금리 인하는 ‘매파적 인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이날 인하로 미국(4.25∼4.50%)과 금리 차는 1.50%p에서 1.75%p로 벌어졌다. 한·미 금리 역전이 심화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져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한은 입장에선 연준의 금리 정책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달 인하 후엔 추가경정예산(추경) 결정과 물가 추이 등도 지켜보면서 추가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당분간 현 수준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를 3개월 내 연 2.7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2명만 향후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이 없다고 금리를 더 낮추게 되면 환율과 물가,가계부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금융안정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금리 정책으로 모든 경기 문제를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1.5% 이상 성장하려면 재정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의견도 다르지 않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를 내리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통화·재정 정책의 조합을 최적화하는 게 시급한 과제이며, 외환시장 안정을 고려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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