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중과실만 기소?…“피해자·유족 울분 해소방안부터”

의료사고 중과실만 기소?…“피해자·유족 울분 해소방안부터”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방안 발표 앞두고 환자단체 반발
“과도한 의사 특혜…환자 적정 피해배상 드물어”

기사승인 2025-03-05 12:23:18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신대현 기자

정부의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환자·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아도 울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신속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의료사고 안전망 정책을 비판했다. 오는 6일 국회에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정책토론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와 관련한 정부안이 발표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시민사회에서 입장을 낸 것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을 담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필수의료·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가칭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꾸려 의료사고 수사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응급·외상 등 필수의료 부문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공적 배상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체 병의원에 의료 배상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대한의사협회가 운영하는 의료배상공제조합의 가입률은 의원 33%, 병원·종합병원 35.6%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는 “의료사고 현장에선 충분한 설명이나 애도 표시, 예방을 위한 환자 안전사고 보고, 적정 피해배상이 거의 없거나 드물다”라며 정부의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는 의사를 위한 과도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안기종 환단연 대표는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은 중상해를 입거나 가족을 잃었는데도 가해자로부터 사과받지 못하고 수년에 걸친 소송 기간 동안 입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고액의 소송비 때문에 울분을 토하지만, 정부는 이들의 울분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은 의료인에 대한 용서나 화해보다 형사고소·소송을 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위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가 동네의원을 개원하지 않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소명감 있게 진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재정을 투입하면서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법조 지원을 강화하며 책임보험료나 손해배상금을 공적 차원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선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의 울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설명의무 명시, 피해자·유족 트라우마센터 설치, 입증 책임 부담 완화를 위한 입법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평등원칙 위반 등 피해자 보호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의사들에게 지나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형사처벌 특례를 마련해 중과실에 한해서만 의료인을 기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봤다. 박호균·이정민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는 “현행법상 이미 의료인에 대한 특례 규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례를 더 부여하려는 시도보다는 환자와 국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반복적인 의료사고로 환자를 사상케 해도 의사면허 취소 규정이 없다. 피해자 보호, 의료사고 억제를 위한 정책이나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을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거나 수사하고 있다는 전제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의 피해 구제를 위한 정책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필수 분야 진료과의 의사 수가 부족한 이유는 수입, 근무 조건에서 유리한 미용·성형 등 비필수 분야로 의사들이 이동한 데 따른 것”이라며 “근거 없는 정책 추진은 향후 국민에 많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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