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부터 베트남 교통사고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2일까지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 연휴 동안 44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209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교통사고 건수는 36%, 사망자 수는 37.61% 감소했다.
‘교통지옥’으로 불리는 베트남에서 이처럼 큰 폭의 감소가 나타난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강화된 교통법규 처벌 기준을 꼽을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부터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을 최대 50배까지 인상했다. 차 문 개폐 미주의로 인한 교통사고 범칙금이 기존 40만~60만 동에서 2000만~2200만 동으로 인상됐으며, 특히 가장 큰 효과를 본 항목인 오토바이 음주운전 최저 범칙금은 기존보다 1.5배 이상 인상해 600만~800만 동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베트남 직장인 평균 월급 770만 동과 맞먹는 수준이다. 맥주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던 근로자가 무심코 악셀을 당기다가 한 달 치 월급을 통째로 범칙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베트남이 교통안전 강화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라 불릴 만큼 오토바이 이용률이 높고, 시민들의 낮은 교통인식으로 무질서한 교통문화가 누적되면서 많은 안전사고를 초래했다. 2024년 기준, 베트남에서는 하루 평균 27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정도로 사고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 교통법규 처벌과 더불어 교통단속 강화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거리가 달라지고 있다. 도로 위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빨간불 신호에 맞춰 멈추고 도로정체 상황에도 비상차선으로 운전하지 않는 등 교통규칙을 준수하는 모습이 확산되고 있다.
규정 강화가 단순한 처벌이 아닌 운전자의 교통인식을 개선하고 사회 전반의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교통법 사례는 규정을 강화함으로써 안전이 확보되는 사례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도 규정 강화와 이에 대한 준수는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핵심 수단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안전규정을 두고 노동조합 측이 이를 악법이라 규정하며 폐지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회사의 노조는 안전수칙 위반에 따른 회사 측의 제재가 오히려 산업재해 은폐를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필수 수칙들이 기업의 책임회피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활용된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노조가 폐지를 주장하는 안전수칙은 ‘안전보호구 착용’, ‘작업절차 준수’ 등 가장 기본적인 수칙들로, 무엇보다 근무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항변하고 있다. 근무자의 안전을 위해 노사가 함께 만든 룰(Rule)을 근무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가 나서서 폐지하라고 주장하는 자체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안전규정은 산업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요인들이 엄연히 존재하기에 만들어 놓은 필수 장치이다. 만약 안전규정이 폐지된다면 재해사고는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발생해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고,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가 회사도 노조도 아닌 근로자임은 말할 나위 없이 당연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각 산업현장에서는 안전규정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전문기관과 함께 고위험 요인을 평가한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작업환경의 안전보건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투자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산업이 발전하고 근로자의 인권이 향상됨에 따라 안전 규정이 촘촘해지고 이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베트남의 교통법 강화가 교통사고 감소로 이어진 것처럼 우리 산업현장에서도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현장의 매뉴얼 정비와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안전규정 강화를 통해 근로자가 안심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될 때, 비로소 노사 모두가 보호받는 진정한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홍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