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까지 나선 ‘다이소 건기식’ 논란…“시장 재정립 기회”

공정위까지 나선 ‘다이소 건기식’ 논란…“시장 재정립 기회”

기사승인 2025-03-12 06:00:06
서울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한 손님이 매대에 진열된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고 있다. 심하연 기자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 판매 논란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가세하며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건기식 시장의 재정립과 관리 방안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다이소에 건기식을 출시한 일양약품은 판매 닷새 만에 돌연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다이소 전용 건기식 브랜드를 선보인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은 판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유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재 다이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건기식은 종합 비타민제, 칼슘제, 루테인 성분을 함유한 눈 영양제, 가르시니아, 밀크씨슬, 오메가3 등 약 30종의 영양제다. 가격은 3000원과 5000원, 두 가지 균일가로 책정됐다. 약국에서 3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건기식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다이소 제품은 같은 제품이라고 볼 수 없다.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일부 제품은 주요 성분의 함량을 낮추거나, 이를 보조하는 추가 성분을 제외하는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소 건기식은 출시 직후 ‘가성비 건기식’으로 떠오르며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약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약사회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유명 제약사가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건기식을 생활용품점에 공급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권영희 약사회장(당시 회장 당선인)은 일양약품 관계자를 만나 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약사회와 만남을 가진 뒤 일양약품은 다이소에서 발을 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약사회의 법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이소 건기식 관련 보도 등을 접한 뒤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공정거래법 제45조(불공정 거래 행위의 금지)는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거나, 상대방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 단체는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는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를 가진다”며 약사회를 규탄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라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대한약사회 2025년 제71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A약사는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동일한 제품으로 오인해 오남용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A약사는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건기식은 기존에 복용하던 약을 감안해 자신에게 맞는 성분으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올리브영 매장에 건강기능식품이 진열돼 있다. 박선혜 기자

건기식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유통돼 약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올리브영에서 판매된 건기식 상품 매출은 2022년 대비 45% 이상 늘었다.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6조원에 이르는데, 약국의 비중은 4% 정도에 머무른다. A약사는 “CU나 GS25 등 편의점까지 경쟁적으로 건기식 판매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약국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건의약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올바른 건기식 소비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경제는 어렵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고가의 건기식을 구매하기가 부담스러운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약사회가 간과한 것 같다”며 “이번 사태를 두고 약사 사회 내부에서도 대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번 사안을 제대로 정리해 주지 않으면 약사 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라며 “공정위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약사회의 행동에 주의를 주는 형태로 결론이 난다면 약업계는 이를 계기로 더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약사회가 해야할 일은 제약사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약국에서 건기식을 살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약국과 제약사가 건기식 시장에서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고, 국민 건강에 이로운 소비·관리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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