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혼돈의 여파는 가시지 않고 있다.
12일 방문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강서점. 평일인 점을 감안해도 홈플러스 내부는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 한산한 분위기였다.
식품 매장 곳곳에는 비어있는 진열대들이 눈에 띄었다. 제품들도 앞쪽 줄에만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매대가 빈 이유를 묻자 홈플러스 직원 A씨는 “지금 납품 중단으로 들어오지 않는 물건들이 많다. 언제 들어올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짧게 답했다. 직원 B씨는 “물품 진열을 모두 하지 않아서 비어 보이는 것”이라며 매대에 각종 제품을 채워넣고 있었다.
이날은 홈플러스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홈플런’이 진행 중이었다. 겉보기에는 기업회생 신청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홈플러스를 찾은 고객은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고객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나타냈다. 쇼핑하러 홈플러스를 찾았다는 정 모(여·30대)씨는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밟는다는 소식은 들었다. 주로 소용량으로 구매를 하러 오고 있다”면서도 “납품 업체가 아닌 개인 고객은 자금 이슈 등의 문제는 없다고 보지만 홈플러스 상품권을 사용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모(여·40대)씨는 “처음엔 홈플러스가 문을 닫는게 아닌가 걱정도 됐지만 차츰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가전매장에선 대금이 입금되지 않고 있어 판매를 중단한 상태였다.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만난 판매 직원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정상적인 판매는 안하고 있다”면서 “대금 정산이 막혀 있어 물건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방문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 공급 재개 시점도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인근의 홈플러스 가양점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1층에서 임대 매장(테넌트)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물량도 많이 빠졌고, 최근 계속 썰렁한 분위기”라며 “행사가 끝나가는 영향도 있지만 평소라면 오픈 시간에 맞춰 줄을 서있곤 했다. 회생 여파를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주는 또 “임대 계약기간이 5월이면 끝나는데, 재계약이 안되면 바로 철수해야 한다”면서 “2~3개월 전에 이야기를 해줘야 대비라도 할텐데 아직까지는 언급이 없다. 경기도 어려운데 다른 매장을 어떻게 알아볼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홈플러스는 홈플런이 끝나는 이날 이후 추가 세일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는 2023년 처음 홈플런을 시작했을 때부터 홈플런 종료 직후 앙코르 세일행사를 이어서 진행했다며 회생 때문에 급히 준비한 행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기업회생 절차 개시로 2조원대의 금융채무 상환은 유예됐지만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혀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영업활동으로 이달 말 3000억원의 현금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금지급과 관련해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들의 상거래채권을 우선순위로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금일도 약 1000개 테넌트를 포함해 모든 상거래채권을 순차적으로 지속 상환 중에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