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해상이 참여한 유뱅크 컨소시엄의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임박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가 인가 추진의 핵심 역할을 해온 만큼 인가가 경영 승계의 시험대라는 평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하는 6개 컨소시엄 참여사 중 보험사는 유뱅크 컨소시엄의 현대해상뿐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지점이 없고 비대면 거래만 하는 은행을 말한다. 지난 2016년부터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3사가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주로 서민금융, 즉 중금리 신용대출을 취급한다. 현대해상은 보험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시도는 4번째다. 지난 2000년에는 대우증권과 함께 추진한 인터넷 은행 사업이 무산됐고, 2015년에는 웰컴저축은행 등과 결성한 컨소시엄이 예비인가를 받지 못했다. 2019년에는 현재 인가를 받고 영업 중인 토스뱅크의 컨소시엄에 참여했지만 중도 이탈했다.
현대해상은 인구 감소 등으로 보험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신사업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경선 현대해상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 및 전무가 현대해상의 지속가능경영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맡아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유뱅크 컨소시엄의 인가 여부가 현대해상 3세인 정 전무의 경영 능력을 증명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래 보험을 하던 분이 아니어서 보험에서 성과를 내면 주목 받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정 전무는 보험보다는 지속가능성과 사회 기여 등 ESG에 관한 커리어를 쌓아 왔다. 지난 2012년에는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를 지원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2014년에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 투자한다는 벤처캐피탈사 ‘HG이니셔티브’도 만들었다.
현대해상의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은 정 전무가 쌓아 온 청년기업가들과의 네트워크를 십분 이용하는 방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뱅크 컨소시엄에는 세금 환급 플랫폼 ‘삼쩜삼’, 해외결제 플랫폼 ‘트래블월렛’, 암을 진단하는 의료AI 기업 ‘루닛’ 등 젊은 리더십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다수 합류했다.
유뱅크 컨소시엄의 사업 계획에도 사회 기여를 중요시하는 정 전무의 가치관이 반영돼 있다. 유뱅크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나서며 “중소기업, 소상공인, 시니어(노인), 외국인에 대한 지속가능한 포용 금융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예비인가에서 서민금융 기여도와 자금조달 안정성을 주로 볼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기준 및 절차’를 보면 금융위는 기존 3개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자금공급계획이 충분히 실현되지 않았다며 서민금융지원과 중금리대출 공급계획, 자금조달 안정성 등을 집중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