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8일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장악을 위해 또다시 표 대결을 펼치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갑론을박·장외전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의결권 제한 여부가 변수가 될 예정인 가운데, 정기주총 파행 및 분쟁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는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신청 취지에 대해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MBK의 의결권을 또다시 박탈함으로써 주주총회를 파행으로 이끌고자 하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2일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가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과 영풍 사이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며, 이번 정기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이 여전히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임시주총 직전 고려아연은 손자회사 SMC를 통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지만, 당시 법원이 국내 ‘주식회사’가 아닌 외국 ‘유한회사’를 활용해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부당하다며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고려아연은 주식회사 SMH가 영풍 지분을 넘겨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상법상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결권 제한 여부는 고려아연 주총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MBK가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 임시주총 당시 의결권 제한으로 영풍 측 지분 40.97% 중 15.55%만 의결권 효력을 가져 고려아연 측이 이사 수 상한 설정, 이사 선임안 등을 통과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은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일부 인용에 따라 무효가 됐다. 영풍 입장에서 또다시 가처분을 제기하며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지분대로 표 대결을 해야 해 고려아연 측이 불리한 상황에 놓인다. 반대로 기각되면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돼 고려아연이 원하는 방향대로 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 결과에 따라서도 소송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1일 가처분에 대한 심문기일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늦어도 정기주총 전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이나, 어느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영풍 관계자는 “재판부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정기주총 전에 판단해 주신다면 좋겠지만, 저희로서도 언제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지난 임시주총 당시 의결권 제한과 이번 조치를 유사한 형태로 바라볼지, ‘국내 주식회사’로서의 순환출자 구조 형성을 인정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양측이 장기간 분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사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주총의 파행 가능성이나 주총 이후 소송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풍은 이달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임시주총을 소집해 장기적으로 이사회 과반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다시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 ‘11대 1’ 구조가 됐으며,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은 5∼8명의 이사 후보를, 영풍·MBK는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후보 17명을 요구하고 있다.

비방 글 의혹 수사, MBK 행보 등 장외전 치열
정기주총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개인주주·국민연금 등 주주 표심을 잡기 위한 양측 여론전 및 장외전도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경찰서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언론 기사 등에 영풍, MBK파트너스, 고려아연이 서로를 겨냥한 조직적 비방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돌입했다.
영풍·MBK는 지난해 9월 공개매수 시작 이후 자신들의 기사 약 4000건에 등록된 1만5000여 건의 댓글과, 온라인 종목토론방에 게재된 게시글 약 6000건을 분석한 결과 조직적인 ‘역바이럴(음해성 여론 조작)’ 정황이 포착됐다며 경찰당국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에 고려아연 역시 인터넷 포털 종목 토론방과 기사 댓글창에 고려아연 최고경영진을 비방하는 글을 올려 허위 사실을 유포한 성명 불상자들을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 시점 불거진 MBK의 홈플러스 사태 또한 고려아연 주주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는 2015년 고가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적자를 지속해 오다 이달 초 단기 유동성 악화 우려를 이유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로 인해 MBK의 경영능력에 대한 지적과 함께, 부도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를 탕감·조정받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후 김병주 MBK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를 토대로 MBK의 고려아연 경영 능력 보유 여부에 대한 의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고려아연처럼 국가기간산업에 사모펀드가 들어갔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대표적인 일이라 생각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질의하고 청문회를 관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대한민국 광물 개발 업체 중에 고려아연은 아주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이라며 “MBK가 인수하면 홈플러스 짝이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내고 “엄청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온갖 피해자를 양산하며 경영 능력에 큰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MBK가 법규와 신뢰, 도의 나아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장하는 모습에 대해 고려아연을 아끼는 많은 분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