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확정된 2차 의료개혁안…의료현장 지각 변동 예고

논란 속 확정된 2차 의료개혁안…의료현장 지각 변동 예고

지역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3년간 2조원 투입
과잉 우려 비급여 ‘관리급여’ 지정
반의사 불벌 범위 중상해까지 확대
의료계 우려…“실행 과정서 의견 수렴”

기사승인 2025-03-19 17:07:37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광화문홀에서 열린 제8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역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에 3년간 2조원의 지역수가를 투입한다.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는 ‘관리급여’로 지정해 9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한다. 의료현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개최하고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필수의료 저수가 퇴출 등이 담긴 1차 실행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2차 실행안에는 △지역 2차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의 합리적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이 담겼다.

필수기능 수행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이어 2차병원도 포괄적 진료역량을 갖추고 응급 등 필수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포괄 2차 종합병원’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포괄 2차병원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중환자실 수가 인상 △응급의료행위 보상 △24시간 진료 지원 △지역수가 도입 등 보상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3년 간 2조원의 지역수가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동일한 지표로 평가하는 의료 질 평가제도를 분리·개편해 종합병원 특화 성과지원체계를 확립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의료기관이 필수진료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추고 24시간 진료 등 필수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경우엔 가칭 ‘필수특화 기능 보상’을 적용한다. 이를 위해 연간 약 1000억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 암, 응급, 감염병 등 법률로 지정된 특화 기능을 수행하면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성과 보상을 지원한다. 화상, 수지접합, 소아, 분만 등 특화 필수진료에 대한 비용 지원도 강화한다.

보상과 함께 제도 개선을 병행한다. 먼저 수가를 개선해 병원급이 의원급보다 더 낮은 보상을 받게 되는 ‘환산지수 역전 현상’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환산지수 계약 시 비급여 포함 총진료비 증가율을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환산지수란 의료행위, 약제, 치료재료 등의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기본 단위로 상대가치점수에 곱해서 최종 수가를 산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진료 행위의 상대가치점수가 100점이고 환산지수가 90원이면 해당 의료 행위의 수가는 9000원이 된다. 2024년 유형별 환산지수는 병원이 81.2원인 반면 의원은 93.6원이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만성·복합질환자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정부는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해 통합진료가 가능한 일차의료를 활성화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건강 개선 정도, 환자 만족도 등을 평가해 의료진에게 성과 보상을 지급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병원, 지역 의사회 등과 연계를 강화한다.

관리급여 신설…혼합진료 금지

비급여 관리 강화의 핵심은 꼭 필요한 치료적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이다. 중증·응급·희귀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고 대체 곤란한 혁신성 높은 신의료기술 등은 비용효과성을 폭넓게 인정해 급여로 전환해나갈 예정이다.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는 가격·진료 기준 설정 등 별도 관리체계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선별급여제도 내 ‘관리급여’를 신설해 가격과 진료 기준을 설정하고, 일반적 급여와 달리 9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한다. 관리급여란 치료 효과가 불확실한 진료 등에 대해 임상 효과가 검증될 때까지 임시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의료 공급자·수요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의 논의를 통해 비급여 항목을 선별하고, 치료 필수성·대체가능성·오남용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급여 대상을 선정하기로 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현재 이뤄지는 비급여 중 안전성에 우려가 있거나 임상적 유효성 등이 떨어지는 항목은 재평가가 이어진다. 또 재평가 결과 안전성, 유효성이 부족한 비급여가 신의료기술 목록에서 삭제되는 경우 비급여 목록에서도 삭제하는 퇴출 기전을 마련한다. 급여와 비급여 진료가 동시에 일어나는 병행진료(혼합진료)는 환자 본인부담이 확대된다.

영양주사 같은 선택 비급여는 코드·명칭을 표준화하고, 비급여 보고나 진료비 세부산정내역 발급 시 표준코드·명칭 사용을 의무화한다.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에 대해선 항목별 가격, 사유, 대체 항목 여부 등을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도록 하는 등 환자 선택권을 확장할 방침이다. 정부는 ‘비급여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비급여 적정 관리를 위한 법체계 정비도 추진한다.

실손보험 관리를 위해선 5세대 실손보험이 도입된다. 실손보험의 보장구조는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의료 서비스의 남용을 초래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현재 비응급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외래로 이용하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은 90%이나, 실손보험으로 인해 실제 본인부담은 18%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5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해 자기부담률을 81%로 상향하고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을 줄이면서 적합한 의료기관 이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4세대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장은 단일 특약으로 제공됐지만, 5세대 실손보험에선 중증과 비중증 특약을 구분해 가입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존보다 보장 범위를 합리화함으로써 보험료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상해 의료사고 ‘반의사 불벌’ 확대 인정

정부는 필수의료 의사가 의료사고를 내도 의료진의 잘못이 ‘단순 과실’로 인정되면 기소를 자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간 의료사고 처벌 여부를 환자의 상태 등 결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의사의 과실 여부 등 의료사고의 원인에 초점을 맞춰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또 중상해 사건이라도 환자와 의료진 간 합의가 이뤄지면 기소하지 않도록 하는 ‘반의사 불벌’을 폭넓게 인정할 예정이다. 필수의료에 한해 단순 과실로 사망한 사고에 대해선 사고 당시 긴급성과 의료진 구명 활동 등을 고려해 형 감경·면제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수사와 기소 여부를 가르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도 신설한다. 의사, 법조인, 환자단체 등으로 구성하는 심의위는 150일간 해당 의료 행위가 필수의료에 해당하는지, 의사 과실이 얼마나 중한지 등을 판단한다. 필수의료 진료에서 단순 과실로 인해 사고가 났다고 결론나면 수사기관은 기소를 자제하고 수사를 종결하도록 할 계획이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의료개혁은 지역·필수의료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구조개혁”이라며 “지역병원의 획기적 역량 강화, 의료체계 왜곡을 막는 비급여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선,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2차 실행방안이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역 2차병원 역량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은 의료계도 시급한 과제로 공감하고 있다”면서 “비급여·실손보험 대책에 대해 개원가를 중심으로 일부 우려는 있지만, 실행 과정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수용성과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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