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년 전 경고”…강동구 싱크홀, 예견된 사고였나

[단독] “7년 전 경고”…강동구 싱크홀, 예견된 사고였나

지하수 경고 있었지만…실질적 대응은 없었다
“한강 인접, 충적층 지반”…전문가들, 애초부터 취약했던 땅

기사승인 2025-03-27 15:25:43 업데이트 2025-03-28 19:08:47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곽경근 대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이 7년 전부터 우려를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터널 공사를 앞두고 지반 침하와 지하수위 저하 위험이 강동구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2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8년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고덕터널(구 방아다리 터널) 구간에 대해 지반 안정성 우려를 강동구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고덕터널은 이번 싱크홀이 발생한 지점에서 약 1.1km 떨어져 있다.

이찬우 한국터널환경학회장(당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자문위원)은 당시 강동구에 보낸 의견서에서 “터널 인근 지하수위 변화를 상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인근 주택가에 지하수위계를 설치하고 변화를 지속적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하수위는 땅속에 물이 차 있는 깊이를 뜻한다. 공사나 자연적인 요인으로 지하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 땅속에 공간이 생겨 지반침하 또는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도심은 지하수 흐름이 복잡해 작은 변화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지하수위 변화를 꾸준히 감시하는 것이 기본적인 안전 대책으로 꼽힌다.

이 학회장은 또 “공사 후 시간이 지나면 지하수위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란 예측은 잘못된 지하수 함양률 적용에 근거한 것일 수 있다”며 “지하수위 저하 추이를 면밀히 추적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차수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원래 취약했던 지반”

전문가들은 해당 터널 공사 구간이 과거 지반침하가 발생했던 공사 현장과 인접해 지질적으로 취약한 곳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9년 전 ‘강동 지하관통 고속도로, 문제와 대안은’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했던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에 “해당 지역은 암반 상태가 좋지 않아 어려운 공사였지만, 대책만 제대로 세우면 못 할 공사는 아니라고 봤다”며 “이번 사태는 당시 충분한 대비책이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건설 예정 지역 암반이 좋지 않다. 고속도로 지하터널과 지하철 9호선이 동시에 생길 경우 지하수 유출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찬우 학회장도 “공사 구간이 한강과 가까운 지층 구조여서 물이 많은 지층 구조”라며 “땅을 파면 지하수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공동(빈 구멍)이 생긴다. 마치 땅속에 인공폭포가 생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 지점의 지형적 특성 역시 싱크홀 발생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 사고가 난 명일동 인근의 지반은 과거 하천 부지로, 가는 모래와 흙이 쌓인 충적층이라 지반이 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곳일수록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차수벽 설치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학회장 역시 “사고 지점이 주변보다 지대가 낮고, 인근에 저수지도 두 곳 있어 지하수가 몰리기 쉬운 지점”라며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지하수의 흐름 특성상,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동구와 서울시는 이번 사고에 대해 각각 다음과 같이 답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의견문은 2018년 자문의견으로 도로함몰 원인규명 합동조사 시 전문가 자문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시행사인 한국도로공사에서 시행한 하수관로 공사 시 상부 다짐 불량 및 집중호우로 인한 땅꺼짐으로 판정됐다”며 “이외의 의견들에 대해서도 시행사인 한국도로공사에 통보해 보완 조치토록 요청했다”고 답했다.

지하 수위계 설치 논란에 대해서는 “지하수위계 설치 및 차수계획 수립은 자치구가 아닌 사업 시행자가 설치 및 수립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굴착깊이 20m 이상이거나 터널공사를 수반하는 사업인 대형공사장이나 지하철 공사 등은 시행 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에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공사를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하안전영향평가 평가 항목으로는 지반침하 위험성 평가, 지하수 변동 평가(변위 계측), 인접 건축물 및 시설 영향평가, 안전관리 및 대응계획, 차수계획 등을 수립해 제출하며, 국토부의 엄격한 기준 등을 적용해 최종 승인됐다”며 “지하철 9호선 연장선 공사 역시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서울시가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그에 따라 지하수위계 설치 및 차수대책은 시행사가 시행해야 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 싱크홀 원인 규명을 위한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강동구도 오는 28일까지 자체 점검반을 꾸려 사고 현장 정밀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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