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슈’에 밀린 구로구 보궐선거, 첫날 투표율 저조

‘탄핵 이슈’에 밀린 구로구 보궐선거, 첫날 투표율 저조

28~29일 4·2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 실시
시민들 “정치권 불신…투표해도 싸우기만 해”
전문가 “탄핵 정국, 산불, 경기 침체 등 이슈 복합 적용돼”

기사승인 2025-03-30 06:00:08
 4·2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시작한 28일 서울 구로구 개봉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이예솔 기자

“나라가 시끄럽다 보니 주변에 이번 보궐선거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서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가 28일 시작됐지만, 투표소 앞은 한산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시민들의 관심은 저조했다. 정치권의 모든 이목이 ‘탄핵 정국’에 쏠리면서, 지역 선거는 뒷전으로 밀린 모양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4·2 재보궐선거는 서울 구로구를 포함해 전국 5곳에서 기초단체장을 새로 뽑는다. 이 가운데 구로구는 유권자 수가 가장 많아 ‘수도권 민심 풍향계’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첫날 구로구 사전투표율은 3.1%(28일·29일 누적 사전투표율은 8.24%)에 그쳤다. 지난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첫날(8.48%),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9.24%)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구로구청장 선거는 국민의힘 문헌일 전 구청장이 백지신탁 문제로 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자유통일당의 4파전으로 치러진다. 국민의힘은 귀책 사유를 인정하고 무공천을 결정했다.


4·2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시작한 28일 서울 구로구 개봉2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이예솔 기자

구로구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보궐선거도 마찬가지고, 앞으로 투표는 아예 안 할 것”이라며 “정치인들은 좌우로 갈라져서 싸우기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 관련해서도 핵심이 부정선거 아니냐”며 “투표, 정치 모든 게 다 의미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모(70대·여)씨도 “평소보다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시끄러우니 관심을 크게 안 뒀다”며 “아무래도 대통령 선거도 아니고, 구청장 선거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뉴스에서도 부정선거, 여론조작 얘기가 많이 나오니 투표 자체에 불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8년째 구로구에 거주하고 있는 김모(57·남)씨는 “국민들이 투표해 줬는데 싸우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한다”며 “(정치인) 본인들이 자신의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선거, 보궐선거 자체가 투표율이 낮은 편인데, 정치인들은 싸우느라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구청장 후보의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양극화돼 있으니, 일부 반대 지지층 시민들이 선거유세 현장을 지나가면서 욕설과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며 “경찰을 부른 적도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문가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저조할 수 있다고 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재보궐 선거의 경우 탄핵 정국뿐만 아니라 산불, 경기침체 등 여러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선거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로구청장 선거는 여당 후보가 없는 선거”라며 “선거 전선이나 쟁점이 부각되지 않아 주민들의 선거 참여도가 더 낮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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