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이 지난 27일 ‘주7일 배송제’(휴일배송 서비스)를 시행한 가운데, 택배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7일배송제 시행에 앞서 타사가 수개월간 노조와 협의한 것과 달리, 협의 없이 약 한 달 만에 주7일배송을 강행했으며, ‘과로 방지 대책’마저 전무하다는 것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29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휴일 배송이 시행된 지난 27일 한진 택배 노동자 250명이 근무하는 지역에서 대다수 택배 노동자가 출근했다”며 “전국 대부분 지역이 1인당 10개 미만의 택배 상품을 배송했는데, 10개 미만의 배송을 위해 가족을 뒤로한 채 휴일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범 사업이라면 구체적 시행 방안을 내고 시범 사업을 통해 발생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 수정 보완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한진은 구체적 실행 방안 없이 상황을 모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진은 고객 서비스 제고를 통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집배점, 택배기사, 회사가 모두 생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휴일배송을 검토해왔으며 27일부터 시범운영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택배노조는 한진 측이 ‘불이익’ 등을 거론하며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주7일배송 자체에 반대하지 않음에도 과로위험 방지를 위한 대책 논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한진 측이) 말로는 협의를 통해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계약 해지, 구역 조정, 용차(용역차량)비 전가 등의 강압적 행위가 난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 주7일배송 관련 택배노조 신고센터’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한진 택배기사 196명 중 77%는 주7일배송이 ‘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답했는 설명이다. 약 60%의 응답자는 이 과정에서 계약해지, 구역조정, 금전적불이익 등의 압력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근무 현장에서는 불이익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찬희 택배노조 한진본부 본부장은 “지난 27일 현장에서 만난 한 택배 노동자는 ‘대리점장이 (주7일배송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휴일을 반납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한진택배는 노동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7일 배송을 강행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7일 배송을 시행할 시 표준계약서 상 계약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주7일 배송을 위해서는 타구역도 배송을 해야 하는데, 이는 택배기사들이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구역을 배송하는 것”이라며 “계약서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 조건 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활물류법 제정 후 표준 계약서에 따르면 담당 구역이 명시돼 있다. 계약 기간 중 사전 합의 없이 당당 구역 수수료 지급 기준 등 거래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행위, 부당하게 계약 내용의 범위를 벗어나는 업무를 수행하도록 강요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며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쌍방 합의에 의해서 해결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택배노조는 주7일배송 자체에 반대하지 않지만, 그에 맞은 인력 충원과 과로 방지 대책,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 등을 요구한다고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시행된 주7일배송과 관련된 모든 강제 행위를 중단하고, 자율 시행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지키겠다는 협약을 요구한다”며 “일방적 주7일 배송에 대해서는 거부 투쟁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진은 휴일배송을 검토해 왔으며 동시에 택배노조와 소통을 했다는 입장이다.
한진 관계자는 “회사(한진)는 그간 한진택배대리점협회와 휴일배송 관련 협의를 지속해왔으며, 같은 기간 택배노조와도 대리점협회를 통해 소통해왔다”며 “집배점과 택배기사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