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라사랑카드 보험’ 159만명 자동가입, 지급은 32건뿐 [무늬만 군인보험①]

[단독] ‘나라사랑카드 보험’ 159만명 자동가입, 지급은 32건뿐 [무늬만 군인보험①]

기사승인 2025-05-14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5년간 군 장병 159만명이 나라사랑카드 상해보험에 자동 가입했지만, 실제 보험금 지급은 32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장 조건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실적도 저조해 혜택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쿠키뉴스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실을 통해 국방부로부터 입수한 ‘나라사랑카드 연계 상해보험’ 운영 현황에 따르면, 2기 사업자인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이 최근 5년(2020~2024년 9월)간 제공한 상해보험의 지급 건수는 각각 12건, 20건에 그쳤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역판정검사 시 자동 발급돼 군 복무, 예비군까지 병역의무 기간 급여통장·현금카드·병역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군 전용 체크카드다. 해마다 약 20만명의 남성이 병역판정검사를 받으며, 장병들은 일반적으로 10년 가까이 해당 카드를 사용한다. 고객 확보가 용이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금융권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통한다.

‘무상 상해보험’은 나라사랑카드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매년 수십만 명의 장병들이 나라사랑카드 발급과 동시에 자동으로 보험에 가입한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에 선정된 은행들은 수십만명의 신규 고객과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이 보험 제도를 일종의 사회적 환원 장치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의 이익을 군 장병들에게 일부 돌려주는 취지다. 

2기 사업자인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현대해상, KB손해보험과 연계해 상해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 보장 대상은 나라사랑카드 발급 후 입영한 현역병(육·해·공군, 해병대), 의무경찰, 상근예비역이다. 입영일로부터 전역일까지 보험이 적용된다. 보험 계약은 1년 주기로 갱신되지만, 올해는 3기 사업 전환을 고려해 9개월만 연장됐다. 양사 모두 담보 혜택은 동일하다. 복무 중 발생한 상해에 대해 최대 2억원 한도 내에서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 보장 항목은 대다수 ‘임무수행을 제외한 영외 체류 중’ 사고에 한정돼 있다. 구체적으로 △영외 체류 중 상해 사망 또는 후유장해(5000만원) △대중교통 이용 중 상해 사망 또는 후유장해(1억원) △영내·외 화재, 폭발, 붕괴 사고에 따른 사망 또는 후유장해(5000만원)이다. 병영 내 훈련 중 부상, 야간 근무 중 사고 등 일상적인 복무 중 사고는 사실상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보험금 지급 현황은 이를 방증한다. 자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9월) 나라사랑카드 상해보험금 지급건은 총 12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장병 52만명이 보험에 자동 가입됐지만, 실제 지급된 보험금은 약 3억9523만원에 그쳤다. 가입자수 대비 지급률은 0.0023%다. 연도별로는 △2020년(2억2730만원·6건) △2021년(1억1026만원·4건) △2022년(5015만원·1건) △2023년(750만원·1건)으로 집계됐다. 2024년 1월~9월까지는 지급 건이 없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 발급 점유율 차이가 보험금 지급 규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상황도 비슷하다. 최근 5년간(2020년~2024년 9월) 보험에 자동 가입된 인원은 약 107만명에 달하지만, 보험금 지급건수는 20건(6억3101만원)에 그쳤다. 가입자수 대비 지급률은 0.0019%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3억196만원(9건) △2021년 6050만원(3건) △2022년 1억6700만원(5건) △2023년 5150만원(2건) △2024년 5000만원(1건)이다. KB국민은행은 군 복무 중 사고 발생 시 장병 본인이 청구에 따라 심사를 거쳐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지급 항목별로 보면, 두 은행 모두 사망 사고가 전체 보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IBK기업은행은 전체 지급액 3억9523만원 중 사망 보상액이 2억57만원으로, 50.7%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은 총 6억3101만원 가운데 5억5013만원이 사망 보상으로, 비중이 87%에 달했다.

군 내 인명 피해는 심각한 실정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군 내 안전사고로 인한 인적 피해는 총 927건에 달한다. 이 중 사망 155명, 중상 492명, 경상 280명이다. 자살, 총기사고, 폭행 등 ‘군기 사고’를 제외한 안전사고 기준일 뿐이다.

전문가는 제도 운용 실적과 장병들이 체감하는 수혜 간 괴리가 크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현행 나라사랑카드 연계 상해보험은 보장 항목이 제한적이고, 군 복무 중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가 ‘영외 체류’에 해당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군 병원의 의료 수준은 민간에 비해 낮고 위탁 진료 역시 전액 보장되지 않아, 장병 입장에선 치료와 보상 모두 부족한 구조”라면서 “미국처럼 군 신협 등과 연계한 전용 보험을 도입하거나, 나라사랑카드 보상 적용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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