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 한 전 대표는 당 공식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지 않은 채, ‘친윤(윤석열) 구태 청산’을 외치며 중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친윤계는 한 전 대표의 행보를 견제 중이다. 그의 ‘독자 행보’가 단순한 지원 유세를 넘어선 ‘자기 정치’, 더 나아가 향후 당권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에서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 전 대표는) 장관도, 비대위원장도 공짜로 하더니 대통령 지키겠다는 거짓말로 사기 쳐서 당 대표도 공짜로 됐다. 이젠 대선 이후 당권도 공짜로 먹으려는 속내가 눈에 뻔히 보인다”며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옛말이 있다”며 한 전 대표를 저격했다.
또 한 전 대표가 최근 유세에서 ‘친윤 구태 정치 청산’을 강조하며 당에 쇄신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지원 유세를 빙자한 팬클럽 동원 행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 후보에게 방해가 되는 메시지를 강조해 대선 패배를 유도하고 그 책임을 돌리기 위한 노림수”라며 “악질적인 남탓 정치이자 계파 정치”라고 분석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일 김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시작으로 친윤계를 향한 발언 수위를 높여왔다. 그는 전날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지원 유세에서 “김 후보가 선거에 앞서 친윤 국회의원들을 확실히 청산하겠다는 메시지와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충북 청주 유세에서도 “여기 이렇게 빨간 옷 입고 2번 달고 호구처럼 나선 건 저 친윤 떨거지들의 호구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바로 여러분과 대한민국의 호구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가 권성동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도 ‘친윤 구태 청산’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내부 분열을 부추기는 ‘계파 정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친윤 구태 청산’이라는 구호 아래 기존 친윤 주류를 배제하고,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로 권력 지형을 재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석일 경우, 원내대표는 차기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거나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권한을 쥐게 된다. 한 전 대표가 권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비대위 체제의 재편 과정에서 친윤계를 배제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인사를 지도부에 포진시키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내대표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혀 쉽게 당권을 쥐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가 정계 데뷔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윤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타이틀은 달고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만큼, 그가 이제 와 ‘친윤 구태 청산’을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본인이 원조 친윤 여사라인이자 이 정권 최대 낙하산인데 얼토당토 않은 자아 비판을 하고 있다”라며 “탈당까지 한 마당에 친윤이라는 허상을 좇아 섀도우 복싱하는 것도 차기 당권 목적으로 한 자기 정치로밖에 안 보인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