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전 연인이었던 여성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해 분리조치를 당한 30대 남성이 피해자를 찾아가 납치살인극을 벌인 뒤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했다.
29일 강은미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장은 전날 오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 제2회의실에서 “이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게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른바 '동탄 납치살인' 사건에 대한 입장 발표를 했다.
강 서장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동안 피해자 측은 112 신고, 고소 등의 방법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호소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와 관련해서는 경기남부경찰청의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동탄 납치살인' 피의자 30대 A씨는 지난 12일 오전 10시 41분쯤 화성 동탄신도시의 오피스텔에서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로 납치해 온 전 연인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지난 3월 3일 이후 B씨와 분리조치돼 있던 A씨는 B씨가 임시로 머물고 있던 오피스텔 주소를 알아낸 뒤 직접 찾아가 범죄를 저질렀다.
이 사건 피해자는 그동안의 피해 사례를 녹음 파일 및 수백 장 분량의 서류로 제출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한 달여간 구속영장 신청을 위한 서류조차 만들지 않고 있다가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강 서장은 지금까지 경찰서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 조사 내용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강 서장은 “최초 112 신고(2024년 9월 9일) 당시 피해 상황과 이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과거의 지속적 폭행을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 진술을 종합적인 검토 없이 경미하게 종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2차 112 신고(25년 2월 23일)에서도 ‘단순 말다툼이었다’는 피해자 진술에 현장 종결을 했으나, 경찰관들이 떠난 뒤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서장은 또 “3차 112 신고(25년 3월 3일) 후 피해자가 고소장 및 녹취록을 제출하고, 가해자의 접근 시도 정황을 알렸으나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가해자 재범 위험성을 간과해 추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사건 수사 역시 신속히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서장은 “(600쪽에 달하는) 고소보충이유서를 접수하고도 신속히 수사하지 않았고, 관리자 보고도 수차례 누락됐다”며 “구속영장 신청을 결정하고도 실제로 영장 신청으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참담하고 안타깝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시 화성동탄경찰서 주무과장은 지난달 28일 구속영장 신청 검토를 지시했으나, 담당자가 지난 1일 갑작스럽게 휴직하면서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서장은 “경찰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전수 점검하고, 피해자 보호조치에 대해서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