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워싱턴D.C서 열병식…트럼프 반대 시위 전국서 이어져

생일날 워싱턴D.C서 열병식…트럼프 반대 시위 전국서 이어져

기사승인 2025-06-15 10:38:12
14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 광장에서 ‘노 킹스’ 시위대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일인 1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이날 열린 열병식에 대한 전국 단위의 반대 의사 표출이다.

인디비저블(Indivisible),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진보성향 단체로 구성된 ‘노 킹스’(No Kings, 왕은 없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미국 전체 50개 주(州)와 해외 각지의 약 2000곳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저항 시위 개최를 예고했다.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로스앤젤레스(LA) 시위가 벌어지기 전부터 계획됐지만, LA에서 시작된 반(反)이민단속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규모가 더 커지게 됐다. 노 킹스 집회 주최 측은 LA 시위 발생 이후 300개 이상의 집회 행사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집회 참석 인원의 규모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이날 전체 집회 참석 인원은 지난 2020년 미 전역에서 벌어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M, Black Lives Matter)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일 것으로 주최 측은 보고 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취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거리에 탱크를 내세우고 TV용 권력 과시 행사를 벌이려 한다”며 “그러나 진정한 힘은 워싱턴에서 무대 위에 올려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모든 곳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최 측은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조치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집회 명칭을 ‘노 킹스’라고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는 많은 인파가 모인 가운데 도심 행진이 이뤄졌다. 주최 측 요청에 따라 많은 참가자는 성조기를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특히 영국 왕정에 대항한 미국 독립 혁명의 상징 도시인 필라델피아에는 집회 참가자가 약 10만명이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이자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뉴욕시에서는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경찰 추산 약 5만명이 집회에 참석해 맨해튼 5번가를 행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법질서와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1차 세계 대전 당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행사가 비폭력 시위임을 강조하면서 폭력 시위로 번지지 않도록 자체 자원봉사 질서요원을 두기도 했다. 특히 집회 주최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 퍼레이드를 방해하는 시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함에 따라 수도 워싱턴은 공식적인 노 킹스 집회 개최지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날 워싱턴에서도 군 퍼레이드가 진행되기 전에 수백 명이 백악관 인근에서 행진하며 노 킹스 집회를 가졌다.

이날 대부분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빚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는 시위가 공식 종료된 뒤 경찰 저지선을 넘어서려는 일부 시위자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해 저지했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라틴계 인구가 많은 조지아주 애틀랜타 북부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향한 별도의 항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네소타주에서는 이날 새벽 주의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과 배우자가 정치적 동기를 가진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안전상의 이유로 주 전역에서 집회가 취소됐다.

한편, 이날 진행된 열병식에는 군인 약 6700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말 34마리, 노새 2마리, 개 한 마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백악관 인근에 설치된 대형 무대에서 장병들의 퍼레이드를 내려봤으며, 종종 일어서서 군인들의 경례에 거수경례로 답했다.

미국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리는 사례는 흔치 않은 일로, 대형 규모의 열병식은 지난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쟁 승전 퍼레이드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에도 열병식을 원했으나 당시 참모들의 반대로 개최하지 못한 바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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