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미국의 핵 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카타르에 위치한 중동 최대 미군 공군기지에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이 공격 전 미국과 카타르에 이를 알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면 대응’ 아닌 ‘제한적 보복’으로 미국과의 갈등에서 출구를 찾으려는 모양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는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오늘 이란에서 발사된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알우데이드 기지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며 “현재까지 미군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추가 정보는 확보되는 대로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는 미 중부사령부의 본부가 있는 중동 최대 규모 미군 기지다. 약 1만 명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공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미국의 주요 항공 작전 거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100여 대의 항공기와 무인기가 배치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CNBC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과 상황실에 모여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도 미사일 공격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란 국영 통신사 타스님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보복성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작전명은 ‘승리의 선포’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성명에서 “강력한 이란군이 공격한 기지는 카타르의 도시 시설 및 주거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며 “이번 작전은 우호적이며 형제 국가인 카타르와 그 고귀한 국민에게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타르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 수가 지난 21일 미국이 이란 핵 시설에 투하한 폭탄 수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카타르 정부에 계획을 미리 알리고 조율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이 미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지만, 모든 당사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하는 방식이어야 했다”고 세 명의 이란 관리를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이 미국에도 미군 기지 공격 사실을 미리 알렸다고 전했다.
카타르 국방부는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자국의 방공망이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카타르 외무부는 즉각적으로 이번 공격을 자국 주권에 대한 “노골적 침해”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했다.
이날 이른 오전 미국과 영국은 카타르 미군기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자국민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카타르는 영공을 폐쇄했고, 이란의 공격 직후 아랍에미리트도 같은 조처를 했다. 영공 폐쇄 조치로 도하와 두바이 등 국제 항공의 주요 거점 도시들의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