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부담 ‘신약 개발’…AI로 판도 바꾼다

고위험·고부담 ‘신약 개발’…AI로 판도 바꾼다

기사승인 2025-06-27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인공지능(AI)이 불확실성이 높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AI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 설계, 부작용 예측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쳐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기업들은 속속 신약 개발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정부도 AI 신약 개발 지원 예산을 추가 투입하는 등 산업 혁신에 시동을 걸었다.

27일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2025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주요 사업에 AI 신약 개발 예산이 신규 포함됐다. AI 인재 양성과 기업 지원에 91억원, AI 모델 활용 의약품 개발 및 AI 기반 신약 개발 지원에 55억원이 각각 편성됐다. 복지부는 의료AI 신생·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의료데이터 활용 바우처를 지원한다. 또 AI 기반 항체의약품 신약 기술 개발과 AI 임상시험 설계·지원 플랫폼 구축, 전임상·임상 연계기술 개발 컨소시엄 등을 뒷받침한다.

‘AI 모델을 활용한 항체 바이오베터 개발 및 실증(R&D)’ 사업엔 33억원이 새로 편성됐다. AI 기술을 적용해 특정 질병을 겨냥한 항체의약품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항체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를 전임상 단계까지 진행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해당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간 추진하며 총사업비는 404억원(국비 303억원)이다.

다른 신규 사업인 ‘K-AI 신약 개발 전임상·임상 모델 개발’에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에 걸쳐 495억원을 투입한다. 이 중 국비는 371억원(75%)이 들어가며, 나머지 25%는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연구개발기관 컨소시엄이 부담할 예정이다. 이번 추경안에는 21억원이 반영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신규 연구개발(R&D) 사업의 성과 제고를 위한 정부의 철저한 사업 관리와 후속 점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예정처는 추경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복지부는 단년도 예산 집행 계획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전 과정에서 AI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 투자계획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며 “다른 AI 신약 개발 R&D 사업과의 연계 방안 등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I로 신약 개발 기간 10→3년 단축

전 세계 AI 신약 개발 전망은 밝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2023년 9억270만달러(한화 약 1조2200억원)에서 2028년 48억9360만달러(6조62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AI 기술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면 단 몇 시간 만에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기존에 10년 이상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을 3년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조원에 이르는 개발 비용도 6000억원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AI 신약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 기술을 앞세워 첨단 제약바이오 산업에 진출했다. AI 연구기업인 구글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AI 신약 개발 스타트업 ‘아이소모픽랩스’는 지난 4월 첫 외부 투자 라운드를 통해 총 6억달러(약 864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1월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 노바티스와 저분자 화합물 신약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도 헬스케어와 바이오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전주기 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바이오니모’(BioNeMo)를 공개했다. 바이오니모는 신약 후보물질의 단백질 구조 예측부터 분자 최적화, 인체 내 표적 적용 예측, 본임상 진입까지의 전 개발 과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바이오니모를 신약 개발에 활용할 경우 10년 이상 걸리는 후보물질 발굴과 독성실험 과정을 1~2년 수준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제약사부터 바이오기업까지…AI 신약 개발 경쟁 

AI 신약이 주목받자 국내 기업들도 기술 확보·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JW중외제약은 2024년부터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가동 중이다. 자체 AI 플랫폼인 ‘제이웨이브’(JWave)는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인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해 AI 모델 적용 범위를 확장한 신약 개발 프로그램이다. 제이웨이브는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유효 약물을 탐색하고, 선도물질 최적화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한다.

SK바이오팜은 AI 신약 개발 체계 구축을 위해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USA 2025’에 참가해 AI 스타트업 피닉스랩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피닉스랩의 생성형 AI 솔루션 ‘케이론’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 필요한 문헌 검색, 데이터 분석, 문서 작성 등 업무를 자동화하는 맞춤형 기술을 공동 개발한다. 케이론은 학술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문헌 조사부터 보고서 작성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지난 2021년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신약팀을 선보인 대웅제약은 AI 신약 R&D 시스템인 ‘데이지’(DAISY)를 구축했다. 데이지는 8억종에 달하는 주요 화합물 분자 모델을 전처리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 과정을 지원한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분야에서도 AI가 임상 설계, 환자 모집, 데이터 관리 및 분석 등 복잡한 과정을 효율화하는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제이앤피메디는 자체 개발한 AI 임상 운영 및 데이터 관리 솔루션 ‘메이븐 클리니컬 클라우드’(Maven Clinical Cloud)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임상연구, 인허가,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 등 기업의 성공적 R&D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이번 신규 예산 집행이 단순한 R&D 지원 차원을 넘어 임상시험 설계, 약물 재창출, 독성 예측, 전임상·임상 데이터 분석 등 신약 개발 패러다임 전환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AI 기술이 신약 개발 전 과정에 도입되면 기존에 수년이 걸리던 후보물질 탐색이나 임상 설계 작업이 수개월 내로 단축될 수 있다”며 “특히 AI가 임상 실패 확률을 사전에 예측하거나 부작용 가능성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패 리스크가 큰 바이오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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