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정부에 발달지연 아동의 조기개입에 차질이 없도록 발달지연 치료를 급여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모연대는 급여화가 이뤄지면 발달지연 치료비가 과도하게 오르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봤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실에서 ‘발달지연‧발달장애 아동 치료비 보장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부모연대,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 50여명의 사람이 참석했다.
발달지연 아동을 키우고 있는 이소희 부모연대 발달지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또박또박 발언을 시작했으나 곧 울음을 터뜨렸다. 이 부위원장은 “치료비가 월 300만원, 500만원까지 올라가도 아이의 웃음 한 번, 단어 하나에 포기하지 못한다”며 “지원은 너무 부족하고 기준은 높은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발달지연이란 아동이 또래에 비해 인지나 사고, 사회성, 언어, 운동 능력 등 특정 부분에서 발달 단계에 도달하는 속도가 느린 경우를 말한다. 질환이나 장애는 아니며, 신속하게 놀이치료 등 관련 발달 재활을 집중적으로 받으면 증상이나 징후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대한소아신경학회는 “빨리 도움을 받을수록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모연대는 발달지연 치료의 급여화를 요구했다. 급여 진료 항목이 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에서 책정한 진료비가 적정한지 감시하는데, 이를 통해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송수림 발달지연특위 부위원장은 “자기부담금 100%여도 된다”고 강조했다. 급여 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이 일부를 부담하고, 환자가 나머지 자기부담금을 내는 형태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기관이 재량대로 책정하는 비급여 진료 항목인 발달지연 치료비는 최근 크게 인상됐다. 송 위원은 “회당 1만원을 올린 병원과 센터는 양심적인 축에 든다”며 “실비보험의 1일 통원 치료비 한도인 25만원에 맞춰 회당 12만5000원으로 책정하고 일일 2회를 권하는 곳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평균 발달지연 치료비는 회당 10~12만원 수준이다. 발달지연 아동이 보통 기본적으로 주 4~6회 치료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강정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은 “1회당 40분인데 12만원, 12만5000원이 책정되는 항목이 많지 않다”며 “월급의 60% 이상을 아동의 진료비로 쓰는 사람도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부정 청구도 발생하고 있다. 강 사무총장은 “이비인후과나 성형외과에서 브로커를 끼고 발달지원센터나 치료센터라는 명칭을 달고 발달치료와 무관한 자격증으로 치료를 제공하는 등 부정청구를 하다 적발된 업체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는 자격이 없는 자가 수행한 치료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확인을 위해 진단서나 의료자문 등 세부 서류도 요구한다. 그러나 브로커를 낀 업체를 비전문가인 보호자들이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송 부위원장은 “차라리 피해야 할 기관을 알려주면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지원도 치료비 부담을 덜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발달지연 아동 치료비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교육부는 치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지원은 월 17~25만원 수준에 그친다. 증액된 회당 평균 가격을 고려하면 달에 최대 2회까지만 보장되는 금액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마저 만 9세 미만 장애 미등록 아동만 사용할 수 있고, 병의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며 “중위소득 180% 기준으로 맞벌이 가정 대부분은 대상에서 탈락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부의 치료 지원에 대해서도 “대부분 방과후 돌봄으로 의료기관 치료와는 연계되지 않고 실질적인 개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부위원장은 끝으로 “현재 비급여인 언어 작업, 감각, 통합놀이치료 등을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시키고 의사 처방을 기준으로 급여를 산정하도록 제도화해 달라”며 “주 2회 지원 기준을 현실화하고, 소득 기준도 완화하거나 배제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