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손님이 너무 없어요. 운영비가 계속 들어가니까 결국 집까지 팔아서 대출금 먼저 갚았는데도 면세점 운영할 여력이 없네요.”
K-ETA 시행 이후 무비자 국가 국민임에도 한국 입국을 거부당하는 외국인 관광객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태국인 관광객이 이유 없이 입국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아 태국인을 주 대상으로 관광업을 운영하는 영세사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2일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태국인 관광객은 2023년 37만 9442명으로 전년 대비 111.7% 급증했으나, 2024년 32만 3856명(-14.6%), 2025년 1~5월에도 13만 9156명(-6.1%)으로 계속 감소 중이다. 중국·일본·미국 등 일부 국가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되찾고 있는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2019년 한국을 찾은 태국인은 약 57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태국은 동남아시아 최대 방한시장이었다. 그러나 태국인의 발걸음이 갑자기 끊긴 이유는 전자여행허가제(K-ETA)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입국 시 비자가 필요한 필리핀과 베트남의 방한 회복률이 각각 102.6%, 92.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한국을 방문하려는 태국인이 명확한 사유 없이 입국을 거절당한 사례가 늘어나자 반발 심리가 생겼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지난 2018년부터 서울 서대문구 인근에서 7년째 태국인 관광객 전용 면세점을 운영하던 정모(55)씨는 폐업을 고민 중에 있다. 태국인 단체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매출은 90% 가까이 줄었다. 인근 면세업자들도 마찬가지”라며 “일 매출도 바닥이고, 열흘째 단체 관광객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계속 대출로 연명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관광객이 실질적으로 유입되지 않는 이상 대출 돌려막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엔 중국인이나 일본인 관광객들보다 동남아 단체 관광객이 훨씬 많은 소비를 하는데, 왜 정부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방한 외래관광객 수는 늘었지만 관광수지 적자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은 총 387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도 0.7% 늘었다.
그러나 관광수입은 37억8000만달러에 그쳐 2019년(49억6000만달러)보다 23.8% 감소했다. 특히 1인당 평균 소비액은 976달러로, 2019년(1290달러)보다 24.4% 줄었다. 방문자 수는 늘었지만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재 외교부, 법무부 등 세 개 부처가 협의를 해 나가는 과정에 있고, 앞으로 태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 홍보 행사 등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협의 중이라 구체적인 시점이나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법무부가 K-ETA 제도 개선에 신중한 것은 불법 체류자 문제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관광업계의 어려움은 이해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불법 체류자 가운데 태국인이 가장 많은 만큼 입국 심사 기준을 쉽게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업계는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된다고 지적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법무부와 문체부, 외교부가 K-ETA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태국인 단체관광객은 개별 관광객보다 머무는 기간도 길고 1인당 소비액도 높아 관광수지 적자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처럼 태국 시장만 제약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관광업계 회복도 더디고, 국가 관광수입도 늘기 어렵다”며 “정부가 실질적으로 동남아 단체관광객 유치가 원활해질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