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과 운영방식 등을 비판하는 각계의 시국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 눈길을 끄는 일이 있었다. 어린이책을 쓰고 그리는 작가들이 지난 2일 서울 ‘용산참사’ 현장에서 ‘진실로 행복한 어린이책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에는 작가 262명이 참여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글을 쓰는 작가들까지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무얼까.
지난 4일 시국선언에 참여한 김해원(41) 이현(39) 공진하(37) 작가를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모임’(이하 작가모임) 소속인 이들은 초등생과 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이기도 했다.
작가들은 “사람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들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실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일제고사 사태’로 교사들이 무더기 해직되고, 용산참사 문제를 정부가 외면하는 등 어이없는 일들이 계속되면서 이 정부에 절망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 등은 현재 우리의 정치상황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일반 국민이 아니라 부자들을 위해 힘을 쓰고 있고,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서민들의 삶터를 마구잡이로 철거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몸짓은 가차없이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동화는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슬프고 아프고 좋지 않은 상황이라도 ‘희망’을 얘기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는 건 거짓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앞서 선언문에서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것은 동화 속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하는 게 진실인 지금의 세상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작가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2위와 530만표 차이로 당선됐지만 그것이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국정운영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이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이전 정부들이 발전시켜 온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의 성과를 유지하면서 경제도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었지 권위주의적인 과거로 되돌아 가라는 것이 아니었다고 그들은 해석했다.
김씨는 시국선언을 적대시해 탄압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정부에게도 불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국선언은 우리 사회가 어디에 가치를 둬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라며 “정부는 좌·우 편 나누기를 하지말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작가모임은 오는 24일 용산참사현장에서 정부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철야농성을 할 예정이다. 또 다음달 13일에는 현장에서 ‘마을’의 참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어린이책 한마당’을 열기로 했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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