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의 요리 관련 기관을 방문하고 요리연구가 등을 만나 한국 음식에 대한 견문을 넓힐 예정인 그는 1969년생으로, 여섯 살 때인 75년 벨기에의 한 가정에 세 살 아래 동생과 함께 입양됐다. 교사인 양부모 밑에서 다른 입양아들과 함께 자란 그는 18세에 독립해 브뤼셀 나뮈르 등 대도시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 일했다. 벨기에 최고 소믈리에를 뽑는 경연대회에서 두 차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마침내 97년 7월 한적한 시골인 에게제 국도변에 ‘래르 뒤 탕’이라는 레스토랑을 개업해 요리사 생활을 시작했다. 경험이 거의 없이 열정 하나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식당은 서서히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개업 2년여만에 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쉐린이 출판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 2000년판에 ‘별 1개’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올렸고 2009년판에는 별 2개짜리 ‘2스타’ 등급으로 승급됐다. 미슐랭 스타는 최고 등급인 별 3개가 벨기에에 2곳, 별 2개가 3곳, 1개가 11곳에 불과할 정도로 레스토랑 평가의 권위있는 지표이다.
드장브르씨는 “내 자신에게 정직했고 자신을 믿었던 것, 그리고 고객에게 ‘좋은 음식’을 선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믿음을 잊지 않았던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한국을 떠났지만 고국에 대해 깊은 애착을 갖고 있다. 레스토랑 간판에는 한글 자음 ‘ㅅ’(시옷)이 걸려 있다. 뿌리를 잊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그의 이름 ‘상훈’의 한글 첫 자음을 내건 것이다. ‘ㅅ’은 레스토랑 메뉴판과 명함, 유니폼에도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는 또 한식을 배워 메뉴에 소화하고 현 식당 인근에 신축 이전을 추진 중인 레스토랑 건물에도 한국적인 디자인을 반영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이번 방문 기간 중 손글씨 예술가 등을 만나 레스토랑 간판 및 메뉴에 쓸 글씨체와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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