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트 외주제작사 필름이지엔터테인먼트와 보조출연 계약을 한 한강예술 측에 따르면 제작사는 지금까지 남은 출연료 1억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한강예술 관계자는 “제작사가 사실상 공중 분해된 상태라고 들었다”면서 “대표도 이미 잠적한 상황이라 출연료를 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레지던트 외에도 MBC 드라마 ‘일지매’, SBS 드라마 ‘나쁜 남자’ 등 10여 편의 드라마 보조출연자 출연료 5억원 이상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방송계에 따르면 보통 드라마 외주제작사는 현대극의 경우 50명 안팎, 사극의 경우 200명 정도의 보조출연 계약을 한다. 보조출연자의 일당은 4만5000원 정도이며, 제작사들은 이를 몇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지급한다. 하지만 출연료가 정상 지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상황이다. 대형 외주제작사 몇 곳을 제외하면 출연료 지급을 미루는 게 관례처럼 돼있고,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 보조출연 업체 관계자는 “미지급 출연료가 쌓일 것을 생각하면 드라마 계약을 할 때 무섭기까지 하다”며 “자금난에 대출을 받아 일당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은 제작사들의 변명도 여러가지다. 자금이 곧 들어올 데가 있다며 기다려달라는 ‘시간끌기형’이 가장 많고, 다음 작품을 같이 하면서 지급하겠다는 ‘회유형’도 있다. 일부는 시끄러운 업체로 방송가에 소문을 내겠다는 ‘압박형’ 전술을 쓰기도 한다. 아예 드라마 종영 직후 회사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주·조연 배우들은 자신들의 소속사나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및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의 소송 등 실력 행사를 통해 미지급 출연료를 받아내지만 보조출연 업체는 속수무책이다. 법적 대응을 하면 소위 ‘튀는 업체’로 방송가에서 찍히고 보조출연자들은 타사로 이탈한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무작정 기다리거나 방송사에 찾아가 중재를 읍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방송사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외주제작사와 업체 간 갈등이므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게 원칙적인 입장이다. 프레지던트의 경우 KBS는 주·조연 배우들의 출연료 미지급분에 대해서만 중재에 나섰을 뿐 보조출연자 미지급분은 정확한 금액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실 외주제작사의 드라마 한탕주의로 인해 보조출연자들은 정당한 출연료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