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MB와 나경원 미니홈피는 쌍둥이?’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포털사이트 싸이월드에 개설한 미니홈피가 때아닌 관심을 끌고 있다. 무려 3년 반이 넘도록 폐쇄된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와 묘하게 닮아 있기 때문이다.
나 후보의 미니홈피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그의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로 연결하는 기능만 하고 있을 뿐이다. 2004년 5월 “늘 토닥토닥 키보드 소리, 딸깍딸깍 클릭 소리 멈추지 않기를 기대하며”라고 미니홈피 개설 소회를 밝힌 당시와 딴판이다. 나 후보는 ‘대한민국 We Can’이라는 대문 문구와 ‘Na의 일상’, ‘중구 Na-함께해요, 새로운 중구’, ‘누비 Na-의정활동’ 등으로 사진 게시물을 관리하는 등 미니홈피에 열성을 보였지만 2010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직후 아예 활동을 접었다.
나 후보는 미니홈피와 악연이 많다. 그는 2009년 5월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가 “나 의원이 대통령을 후원하라는 카드를 보냈다”며 미니홈피에 직접 게시물을 올려 후원금 논란을 빚었다. 같은 해 7월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로 저작권법을 처리한 직후 미니홈피에 출처를 밝히지 않은 그림 게시물을 올렸다가 네티즌들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거세게 항의하자, 인터넷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고 공개 사과를 했다.
2010년 4월에는 천안함 침몰 사고 수색작업 도중 순직한 고 한준호 준위 장례식장 조문 사진을 미니홈피에 올려 공성진 전 의원과 함께 과도한 홍보 논란에 시달렸다. 이 때마다 나 후보의 미니홈피는 하루 만에 수천 여건의 비판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사이버 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 트위터에서 활발한 활동과는 달리 미니홈피를 폐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이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의 미니홈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빗발친 2008년 4월 폐쇄,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당시 싸이월드 측은 “단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댓글이 올라온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나 후보 못지 않게 미니홈피를 열성적으로 가꿨다. 정치인 사이에서 미니홈피 만들기가 유행처럼 번지던 2005년 처음 미니홈피를 개설한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치열한 대통령 후보 경선을 펼친 2007년 미니홈피 활용이 최고조에 달했다. 직접 미니홈피를 관리한다고 해서 유명세를 떨친 박 전 대표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 직후 광우병 파문이 거세게 번진 2008년 4월 이 대통령은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행동을 불러오고, 긍정적인 행동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미니홈피를 전격 폐쇄했다. 당시 청와대 측은 “욕설, 비방성 글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폐쇄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이 대통령 미니홈피는 폐가처럼 버려진 상태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용해 오던 홈페이지(www.mbplaza.net)는 이제 청와대 홈페이지와 아예 연동 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과 나 후보의 미니홈피는 폐쇄됐지만 아직도 하루 평균 1000여명의 네티즌들이 다녀간다. 두 사람의 미니홈피 일촌들은 언제 다시 방명록에 글을 쓸 수 있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