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보건당국이 미국 오리건주 수입 밀과 밀가루에서 미승인 유전자변형(GM) 밀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5일 잠정결론 내렸다. 하지만 검체 수가 너무 작은 데다 향후 미국 정부로부터 받게 될 문제의 미승인 GM 밀에 대한 표준물질과 공인 검사법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안이 완전히 씻기지 않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오리건주에서 선적·수입돼 현재 수입·제조업체 9곳이 보관중인 밀과 밀가루 각각 40건과 5건을 수거·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미승인 GMO(품목명 MON 71800)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검사 대상 밀과 밀가루에서는 미승인 유전자와 단백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품안전 자문기구인 식품위생심의위원회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수입된 오리건주 밀과 밀가루에 GMO가 섞여 있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론냈다.
하지만 오리건주에서 미승인 GMO 밀가 발견되고서 미국 측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미국산 밀에 대한 수입단계 전수검사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또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밀의 GMO 오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산 밀과 밀가루에 대한 전량 검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에 식약처 검사에는 검체 수가 45건 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 수입되는 밀의 3분의 1이 오리건주에서 들어오는 점을 고려하면 수입물량에 비해 검체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시민단체 등에서 나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보도자료에서 “오리건주에서 수입되는 밀과 밀가루 45건만 조한 것은 충분치 않다. 식약처는 유통되지 않고 국내 업체에 보관중인 밀과 밀가루 전부를 조사했다고 하지만 이미 유통된 제품에 대한 조사는 빠져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밀은 지난해 5월 이후, 밀가루는 올해 1월 이후 들어 온 것을 수거해 검사했다. 지난해 5월 이전 수입된 밀은 다 유통돼 검체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가 이번에 진행한 검사 방식은 GMO 유전자가 들어있는지 DNA와 단백질을 통해 파악하는 확인검사였다. 즉 문제된 GM밀 제조사인 미국 몬산토사로부터 유전정보 등을 제공받아 진행된 것이다. 몬산토 등 GMO 개발업체는 대개 규제당국에 승인을 신청할 때 해당 GMO를 가장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확인시험법을 함께 제출하고, 당국은 이를 검증해 공식 확인검사법을 수립한다. 표준화된 확인검사법이 있어야 검사자와 장소 등에 따른 해석상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된 GM 밀의 경우 미승인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 공인된 검사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식약처는 미국 당국에 공식 확인검사법과 표준물질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식약처 박혜경 식품영양안전국장은 “오늘(5일) 미국 정부로부터 GM밀에 대한 공인 검사법을 받았고, 검사에 필요한 표준물질도 이번 주 안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안다”면서 “이를 활용해 다음 주 중으로 GM밀에 대한 재검사를 실시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식 검사법에 따라 이번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공식 답변이 없는 상태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만은 없었기 때문에 자체 방식으로 GMO 유전자 검출 여부를 가려내 우선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식약처 시험 결과도 믿을만하지만 미국 정부의 공인된 ‘맞춤형 품종 검사법’을 통해 GMO 성분 검사를 실시한 재시험 결과가 나와야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발표한 결과와 달라질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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