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12시16분 A씨는 전북 남원시 자신의 아파트에서 중고차 매매사이트 ‘보배드림’에 “오후 2시에 자살을 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회사원 B씨는 12시30분쯤 이 메모를 발견했다. 그는 30분 뒤 “자살 예고 글을 봤다”며 “경찰이 수사를 해달라”고 112에 신고했다.
B씨의 신고로 영등포경찰서 실종수사팀 백혜순 경위는 인터넷 기록을 수사했다. A씨 페이스북에서 휴대폰 번호를 발견한 백 경위는 10여통의 전화 끝에 통화에 성공했다. 백 경위는 “사는 것이 힘드냐. 우리 모두 힘들다”는 말로 A씨를 설득했지만 A씨는 갑자기 “죽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백 경위는 A씨의 주소를 파악해 전북 남원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오후 1시45분 도착했다.
A씨는 아파트 화장실에서 면도칼로 왼쪽 손목을 긋고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A씨 어머니도 아파트에 있었으나 아들이 화장실에 간 줄만 알았던 어머니는 이 상황을 전혀 몰랐다. A씨는 즉시 병원에 옮겨져 목숨을 구했다. 집 주변의 한 공장에서 일한 지 한달 정도 된 A씨는 회사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 경위는 “신고 접수부터 발견까지 45분가량 걸렸는데, 조금만 늦었어도 과다 출혈로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인터넷과 시민의 신고가 20살 청년 목숨을 살렸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남의 불행을 지나치지 않은 모두에게 박수를” “항상 애쓰시는 경찰관님들 힘내세요” “인터넷 시민 중 숨겨진 영웅이 있었네” 라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지희 기자 chocochun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