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자리 양보는 성차별?…영국정계 논쟁

임신부 자리 양보는 성차별?…영국정계 논쟁

기사승인 2013-10-18 15:42:01
[쿠키 지구촌] 공공장소에서 임신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성차별일까 아닐까. 영국 정계가 이를 두고 티격태격 말씨름을 벌였다.

18일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조 스윈슨(33) 정부평등청 부장관은 지난 16일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시간 때 회의장에 늦게 들어와 자리를 못 찾은 탓에 30분가량을 서 있었다.

스윈슨 부장관은 임신 7개월이다. 임신한 여성 부장관이 회의장 구석에 서 있는 동안 하원 의원 수백 명은 태연히 자리에 앉아 있는 광경이 언론을 통해 퍼지자 사회 각계는 ‘너무하다’고 비난했다. “질의를 위해 출석한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가 자리를 양보했어야 했다”는 질타도 나왔다.

유력 주간지 ‘스펙테이터’의 제임스 포사이스 정치부문 편집자는 트위터로 “스윈슨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의원이 전혀 없었다. 예절 없는 의회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논란은 뜻밖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스윈슨 부장관 측이 “임신부에게 자리를 무조건 양보하라는 생각 자체가 성차별”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스윈슨 부장관 측은 “스윈슨이 임신 7개월이라고 두 발로 못 서거나 자신을 부양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문제”라며 ”그녀가 당시 앉고 싶었다면 자리를 부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캐머런 총리 측이 “임신부를 위한 자리 양보는 성차별이 아니고 자신도 그런 상황에서 얼마든지 의자를 양보했을 것”이라며 스윈슨 부장관 측의 비판을 반박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대중교통의 사례만 봐도 꼭 앉을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선행이다”고 강조했다.

스윈슨 부장관은 진보 성향인 자유민주당(LD) 소속이다. 2005년 역대 최연소(25세)로 하원에 진출했다. 그녀는 LD와 캐머런 총리의 보수당이 연립 내각을 꾸리면서 작년 정부평등청 부장관에 취임해 양성평등 정책을 이끌었다.

스윈슨 부장관은 지난 7월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의 출산 후 체중감량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수치스럽다”며 “산모에게 체중조절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의 잘못된 성(性)편견 때문이고 여성의 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지희 기자 chocochun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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