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필리핀에서 도박에 빠져 돈을 잃자 40대 한국인 재력가를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된 일당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모(3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윤씨와 범행을 공모한 정모(33)씨에게는 징역 16년, 김모(34)씨에게는 15년 8월, 서모(32)씨에게는 14년 4월의 원심이 유지됐다. 상대적으로 가담 정도가 낮은 송모(42)씨에게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윤씨 등이 피해자를 사전에 계획해 살해하려고 한 것은 아니더라도 당시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예견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강도살인죄를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또 “송씨 역시 다른 피고인들의 강도범행 준비와 실행·경과를 알았고,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 또는 위험을 인식했다고 보고 강도살인방조죄를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동네 선후배 및 소년원 동기 등의 인연으로 맺어진 윤씨 일당은 필리핀 마닐라와 앙헬레스의 카지노를 전전하면서 도박을 하거나 롤링업자(한국인 도박손님을 유치하고 수수료를 받는 직업)로 생활해 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 많은 돈을 잃자 이를 만회하려고 평소 알고 지내던 사업가 정모씨를 납치해 현금과 신용카드 등을 빼앗은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숨진 정씨를 주택가에 암매장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윤씨에게 징역 18년을, 김씨와 정씨에게는 각각 징역 15년을, 서씨에게는 징역 14년을 각각 선고했다. 2심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사기 등 추가된 다른 혐의를 고려해 형량을 조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