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강문성 선임연구위원은 23일 ‘독일 금융통합이 남북 통일금융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남북한 금융통합은 동·서독의 경우와 달리 다양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단계별 시나리오를 먼저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의 엄격한 단일은행제도에서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기능을 분리시켜 이원적 은행제도를 구축하는 게 출발점이다. 이어 남북한 중앙은행의 통합주체를 결정해야 하고, 경제통합 전 단계에선 통화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정치적 합의에 따라 급진적으로 통화통합이 단행돼 후폭풍에 시달린 독일 사례를 거울삼아 시행시기, 속도, 교환비율, 통화량 등에 대해 충분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
단일화폐 도입과 함께 지급결제시스템 구축도 요구된다. 강 연구위원은 “지급결제시스템은 신속한 자금배분 등 효과적인 통화정책 수행 수단으로서 중요하기 때문에 남한 시스템으로 이른 시일 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한은 내 통일 연구 전담부서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독일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독일도 화폐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했지만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며 “화폐통합에 정치의 개입을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경제적 측면에서 비용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뿐 아니라 수출입은행과 금융연구원도 최근 북한·통일 관련 연구센터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도 “통일대박 시대를 차근차근 대비하자”며 산은 조사분석부에 북한·동북아 파트를 새로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다음달 통일금융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대금리와 포인트 일부를 대북지원사업에 자동 기부하는 상품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들의 통일금융상품도 잇따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