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4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가계 지출에서 경직성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26.4%에서 지난해 29.0%로 늘었다. 주거비는 전세가격 급등으로 늘었고 사회보험·의료비는 고령화 영향으로 증가했다. 교육비는 공교육비 인하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증가세로 인해 부담이 여전히 크다. 이에 따라 교육비 관련 가계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28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3% 늘었다.
반면 가계 소득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실질임금 상승이 정체되고 저임금 업종 위주로만 고용이 늘어 민간소득(가계+기업소득)과 국민총소득에서 가계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자영업자 평균소득은 베이비붐세대 간 경쟁 심화로 2011년 3512만원에서 2012년 3472만원으로 감소했다. 국내 기업의 배당 성향이 주요국보다 낮은 점은 가계의 재산소득 증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계 소득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빚만 늘어나면서 가계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3월 14.3%에서 지난해 12월 14.7%로 악화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간 지속된 기업(한계기업)은 2009년 2019곳에서 2012년 2965곳으로 늘었다. 이에 전체 기업 대비 한계기업 비중도 10.2%에서 15.0%로 커졌다. 한계기업 3곳 중 1곳은 부동산·건설업체다. 또 지난해 말 한계기업 중에선 2002∼2011년에 이미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던 ‘만성적 한계기업’이 대부분(76.1%)이었다.
한계기업이 많아지면 경제 전반의 성장동력이 저하되고 고용과 임금상승이 위축될 뿐 아니라 돈을 빌려준 은행의 건전성도 해치게 된다. 한계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58.7%로 정상기업(25.1%)의 2배를 웃돈다. 한은이 한계기업의 부도율이 외환위기 때처럼 2배가 되는 상황을 가정했더니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2.1% 포인트 떨어졌다.
이밖에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의 69.1%는 연 3000만원 이상 버는 계층(중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