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국민 담화로 사과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경찰이 유가족 사찰 의혹으로 사과하는 촌극이 펼쳐졌다.
최동해 경기지방경찰청장은 20일 0시10분쯤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최 청장은 “앞으로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은 사복경찰(정보형사)의 활동은 하지 않겠다”며 “(적발 당시) 당황해 유족에게 신분을 숨긴 직원들은 잘못한 것으로 엄중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을 보호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한 것이지 불이익을 주려한 것은 아니어서 사찰이나 미행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안산단원경찰서 구장회 서장도 6차례 고개를 숙여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앞서 안산단원서 소속 정보형사 2명은 전날 오후 7시20분쯤 전남 진도에 회의를 하러 내려가는 피해 가족대표단이 전북 고창군 한 휴게소에 저녁식사를 위해 들른 사이 주변을 배회하다가 이들을 알아본 한 유족에게 적발됐다. 대표단 30여명은 오후 4시쯤 버스 2대를 이용, 박근혜 대통령 담화와 관련한 회의를 열기 위해 진도로 향하던 중이었다.
유족들은 “왜 우리를 수사(미행)하느냐”며 “경찰관 아니냐. 신분이 뭐냐”고 따졌지만 이들은 “경찰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격분한 유족들은 정보형사 2명을 버스에 태워 다시 안산으로 올라오면서 경찰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 과정은 인터넷 방송과 SNS를 통해 19일 밤부터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최 청장과 구 서장이 사과하는 모습도 그대로 전해졌다. 네티즌들은 새벽까지 ‘아침엔 눈물 저녁엔 사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하루라도 사과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원래 정보과 형사 하는 일이 여론 동향 파악’ ‘순수한 유가족만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경찰 고충도 파악해야 한다’ 등 반박 의견도 올라왔다.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이상득 전 부의장의 총선출마 반대로 정치사찰을 받았는데 사찰은 있을 수 없는 인권침해”라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저부터 나서서 가만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