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거점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미래지향적 대학으로 꼽힌다.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나아가는데 발맞춰 지방대학의 한계를 넘어서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 등으로 허다한 대학들이 주춤거리고 있지만 제주대학교는 자신만의 특성을 살리면서 국내 10위권 명문대학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아시아의 명문, 세계의 중심’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정립하고 세계 유수 대학들과의 경쟁을 선언했다.
특히 2010년 현재의 허향진 총장 부임 이후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제8대에 이어 9대 총장을 연임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임기 동안 확고한 발전목표와 추진전략으로 제주대학교의 위대한 역사를 창조하고자 한다”며 포부를 밝힌 뒤 차근차근 대학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변방의 섬에 있는, 별로 거들떠보지 않던 제주대의 위상 변화는 최근 나온 성적표에서 잘 입증된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우수’ 성과를 받은 것을 비롯해 의학전문대학원 인증평가에서 최고등급인 ‘6년 인증’, LINC(산학협력 선도대학 지원사업)사업 연차평가 3년 연속 ‘매우 우수’ 평가를 받았다. 급기야 교육부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제주대는 올해 들어 지역 지적중심체로서의 모범적 혁신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을 선도하는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자기주도적 혁신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두고 4대 핵심과제를 설정했다.
첫째로 기존의 혁신사업들을 착실히 추진해 혁신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고, 둘째로 지역 핵심인재 양성을 바탕으로 윈-윈(win-win)적 지역사회 협력체제를 공고히 다지겠다는 것이다. 셋째로 인문역량 강화 사업,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 등 신규 국책사업 유치 및 재정사업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구축 등을 통해 효율적인 재정운영 기반을 구축하고, 마지막으로 대학구성원과 소통의 장 마련 등을 바탕으로 행복한 대학공동체 문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제5대 열린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 4월엔 제22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까지 맡은 허 총장은 이제 제주도 교육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를 굳혔다. 허 총장은 1977년 제주대 관광학과를 졸업한 뒤 경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세종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제주대 경상대학 학장, 경영대학원 원장, 한국관광학회 부회장, 제주발전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제주대를 이끌어가고 있는 허 총장은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뤄나가 지역발전을 선도하면서 행복한 대학공동체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제주대 역대 최초 연임 총장으로서 지난 6년간 일해온 소감은.
△제8대 총장 취임 시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견인할 국제적 소양과 인재양성을 위해 ‘글로컬 시대의 뉴 리더, 혁신하는 명품대학’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누구나 입학하고 싶은 대학’, ‘교수들이 연구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대학’, ‘대학 구성원과 도민들이 자긍심을 갖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대학발전기금과 학술연구비, 국책사업비 등을 대거 유치하면서 취약한 재정기반 확충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덕분에 대교협의 대학 기관인증평가에서 전 분야 인증과 함께 의전원, 법전원도 모두 최고인증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학부교육 역량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교육역량강화사업 6년 연속 선정, LINC을 유치해 전국 2등의 평가를 받는 등 대학 교육과 연구역량에서 두드러진 평가를 받았다.
제9대 총장에 취임해서는 ‘JNU 프로젝트’라는 대학발전전략을 마련했다. 소통과 참여, 분산과 자율, 원칙과 신뢰, 협력과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 프로젝트를 달성해 지역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
‘JNU 프로젝트’ JNU는 제주대(Jeju National University)의 영문약자다. 도약(Jump), 혁신(New), 통합(Unity) 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함축한 의미로 앞으로 제주대의 계획, 과제로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교수 연구역량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조성하는 등 6개 분야에 대한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123개 실천과제를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제주대는 교육부 주요 국책사업 중 BK21플러스, LINC사업, CK-1 사업, 국립대학혁신지원사업, 지역선도대학육성사업, 평생교육단과대학 지원사업 등 6관왕을 달성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으로서의 활동계획은.
△대학운영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높이고, 대학의 상호협조를 통해 대학교육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다하겠다. 회원 대학 간 협의 및 조정을 위해 노력하고 학생수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 미래 진단을 준비해 나가겠다.
또한 과도한 대학입학 경쟁으로 인한 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교육을 중심으로 한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대학 자율성과 더불어 대학들의 질 관리 시스템을 정착할 수 있도록 자체평가를 시행하고 대학의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세계의 대학과 국제협력을 넓혀 나가겠다. 정부와 대학 간 소통의 통로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잊지 않겠다.
모든 대학의 등록금이 8년째 동결·인하됐고 고등교육 재정으로 국가 장학금이 4조원 정도 늘어났지만, 학생에게 직접 투자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운영상 문제는 물론 교육의 질이 재정악화로 인해 나빠졌다고 본다.
재정위기를 풀기 위해선 정부나 국회에 건의하는 한편, 국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대교협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정부와 대학 간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직원들과도 정기적인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있다. 총장이라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학생과 교직원은 고객이다. 고객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총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의 시간을 갖고 느끼는 점은 총장 및 대학본부에서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으며, 어떠한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구성원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많다는 것이다.
학생들과 최근 교육대학의 아라캠퍼스 이전에 대해 몇 차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교육대학 학생들은 이전에 대해 우려가 높았다. 이전했을 때 수강시간을 운영하고 실습 등에 대해서도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대학본부에서 생각하지 못한 사항도 많았지만, 오해하는 사항이 더 많은 것 같다. 소통을 통해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고 반대했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총장 및 대학본부에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교육대학 학생들의 애로점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문대 도약을 위한 포부는.
△2015년을 혁신의 원년으로 삼아 일정 부문 위로부터의 혁신을 추진했고, 그 결과 여러 성과를 창출했다. 자발성에 근거하지 않은 혁신은 모래성에 불과한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혁신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구성원 각자가 자발적인 혁신주체가 돼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올해는 ‘자기주도적 혁신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두고 대학을 이끌고자 한다. 기존의 혁신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고, Win-Win적 지역사회 협력 체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대학은 지역사회와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으며,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서 지역발전을 선도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효율적 재정운영기반도 구축해야 한다. 발전기금의 지속적 확보, 재정지원사업에 대한 평가시스템 구축을 통한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겠다. 행복한 대학공동체 문화 실현도 중요하다. 구성원 각자가 주인의식, 공동체 의식 함양으로 혁신을 통해 대학이 발전하고 구성원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대학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려 한다.
-학생과 교직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 대학이 한 단계 더 높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많은 혁신과 변화를 위한 노력과 고통이 요구될 것이다. 우리 대학이 발전해온 과정을 뒤돌아보면 평범하면서 매우 중요한 교훈을 하나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퇴보이며,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변화를 모색했을 때 대학발전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변화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주는 무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구성원 모두가 ‘무한도전’의 마음으로 나아간다면 불가능은 없을 것이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