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인터뷰] 전정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

기사승인 2016-08-08 10:39:43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 6월, 우리나라 창조경제혁신센터로는 13번째로 설립됐다. 이처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제 설립 1년 2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라는 비전에 걸맞게 제주지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예비창업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지원체계를 구축해가고 있으며, 벤처육성 기업간 생태계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금까지 지역의 창조주체들이 타 지역의 인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체류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아이디어 피칭 데이, 창업교육, 원스톱서비스센터 운영 등 나름대로의 노력을 경주해왔다.

사실 제주도는 국내 어디보다 창조경제에 적합한 지역이다. 지난 10여년간 IT·BT 기업들의 제주 이주, 문화이민자들의 자발적 유입 등으로 제주가 지켜온 문화원형과 천혜 자연의 자산 위에 사람이라는 자산이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정환(46)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확신에 차 있고 포부도 또렷하다. 지난 2일 이도2동 센터에서 만난 전 센터장은 “출범 1주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하면 제주 제주센터가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IT 관련 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다음카카오 경영지원총괄과 서비스본부장, 개발본부장 등을 역임하고 초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제주센터를 이끌어오고 있는 그는 “창의적·잠재적 인재를 발굴·유입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겠다”고 말했다.

2006년 카카오로 직장을 옮기면서 제주도와 10년째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해 제주로 이사하고 “이제 제주 사람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제주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제주 사랑을 밝히기도 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 1년 2개월여 동안 일해 온 소감은 어떤가.


▶제주센터는 지난해 6월26일 개소한 이래, 문화와 IT가 융합된 동아시아창조허브 구축 및 관광사업 고부가가치화 지원, 탄소 없는 섬 2030을 선언한 제주도와의 협업 등을 중점과제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제주센터를 시작할 때는 제주에서의 창조경제 환경, 자연환경과 문화이민자, 첨단과학단지 이전기업, 관광객들의 시너지가 아쉬웠던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제주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드는 단계까지는 온 것 같다. ‘새로운 연결을 통한 창조의 섬 제주’라는 제주센터의 비전에 걸맞게 제주 창조경제의 초석을 마련하는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지난 1년간 새로운 연결을 통한 동아시아창조허브 제주를 구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고, 출범 1주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더욱 활발한 글로벌 인재 유입을 통해 개방형 생태계를 확고히 구축해 이러한 흐름이 지역 내 고용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진행한 사업의 성과와 앞으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무엇인가. 


▶제주센터는 1년간 63회의 창업교육을 통해 1685명의 인재를 양성했다. 다양한 형태의 경진대회도 10회를 개최, 889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발굴된 아이디어 사업화되기까지 402건의 법률, 금융, 창업 등의 원스톱 서비스도 지원했다. 제주 크래비터 사람책 도서관에는 16개 분야 154명의 창조주체들이 등록해 71건의 오프라인 만남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매달 사업 아이디어 피칭 데이와 체류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원스톱서비스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지역 예비창업자의 아이디어를 사업화 단계로 끌어올리고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제주센터는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물론 예비창업자를 포함한 개인에게도 열려 있다. 문화에 관심 있는 창작자에겐 문화콘텐츠 데이터베이스, 문화창조융합벨트와 연계한 화상 멘토링, 센터 내 공방과 3D프린터 등의 장비를 지원한다. 관광서비스 관련 창업자에겐 관광 관련 빅데이터, 스마트관광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는 SDK, 앱개발 교육, 관광창업사관학교 커리큘럼 등을 지원한다.


-제주센터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제주센터가 개소하고 난 뒤 제주가 디지털 노마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게 가장 기쁜 일 가운데 하나다. 최근 IT기반 혁신도시는 문화, 관광이 발달하고 삶의 질이 높은 해안가 휴양지에 일-휴양-문화가 결합된 실리콘비치(Silicon Beach) 형태로 형성되는 추세다. 미국의 산타모니카와 동남아의 발리가 이러한 형태의 도시들인데 최근 몇 년간 제주는 세계가 인정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자발적인 문화예술인의 이주, 하이테크 기업들의 이주를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실리콘비치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과 업무에 필요한 각종 기기, 작업공간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유목민을 뜻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제주에 몰려들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 환경이 갖춰지면 청년들과 개발자들이 제주에 살면서 전 세계 어디든 취업할 수 있기 때문에 일자리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디지털 노마드들의 랭킹 사이트를 보면 제주가 상당히 높지만, 정작 부족한 영어커뮤니티권 등으로 인해 잘 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제주센터는 ‘디지털 밋업 인 제주’를 통해 63명의 디지털 노마드를 유입시켰고, 글로벌 역량을 갖춘 도외 우수인재가 제주 인재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체류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현재 24명이 체류존을 거쳐 갔다.

지난달에는 세계적인 IT기업 오토매틱의 리모트워킹 멤버 12명이 제주센터에 체류하며 입주기업, 카카오 등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제주센터에 대한 호의적 리뷰를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에 확산하고 있어 체류존을 이용하는 디지털 노마드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관광 인프라 구축과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해 실현할 수 있는 제주관광의 미래는 어떤 것인가.


▶제주도는 스마트 관광에 적극적이다. 지난해부터 설치해온 공공 와이파이를 올해 1000여 곳으로 확장하고 1만2000개 이상의 비콘(beacon)도 설치하고 있다. 보다 세밀한 맞춤형 콘텐츠 제공이 가능한 비콘은 도내 핵심 상권과 주요 관광지를 시작으로 제주도 전역에 설치될 예정이다.

제주센터는 비콘 기반의 스마트 관광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플랫폼이 구축되면 관광객에 최적화된 맞춤형 정보제공과 실증 앱을 통해 차별화된 스마트 관광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의 확장에 적합한 비콘을 통해 스타트업들은 비콘 기반의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스마트 관광 사업의 실질적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축적된 정보는 제주도 관광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나아가 국가 전체의 스마트 관광 서비스를 실현하는 테스트 베드의 역할을 해낼 수도 있다.

제주센터가 지난해 10월 비콘 기반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시작으로 제주국제공항, 중문관광단지, 동문시장에도 비콘을 설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누구나 손쉽게 제주도 전역의 비콘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되는 오름 SDK(Oreum Software DevelopmentKit)는 전담 기업인 카카오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SDK가 공개되면 제주 전역의 비콘은 공공의 인프라가 된다. 당장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보육 중인 티엔디엔이나 제주비엔에프와 같은 기업들이 비콘 인프라의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스마트 관광 시범사업은 양적 성장을 거듭한 제주관광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 와이파이와 비콘을 통해 관광객들이 주로 들르는 곳과 동선을 파악해 이들의 여행 패턴을 분석하고 여기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스마트 아일랜드로 만들겠다는 제주도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스마트 관광 사업이 새로운 형태의 제주관광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센터만의 방안은 무엇인가.


▶제주센터는 지역의 창조주체들이 제주와의 시너지를 원하는 육지의 인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체류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일례로 제주신화 기반의 캐릭터 사업을 하는 제주 기업과 체코인형극을 하는 작가가 만나 체코에 제주신화 기반 인형극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의 청년들이 원격근무로 육지나 해외에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제주에서 원격근무로 전 세계의 인재들을 채용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노마드의 문화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큰 기업들이 벤처를 육성하는 기업 간 생태계도 만들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를 통해 보육기업들의 작품을 유통했으며, ‘스토리펀딩’을 통하여 제주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창조경제혁신펀드를 조성해 기업의 직접 투자에도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제2센터 설립을 하고 케이뷰티챌린지(K-Beauty Challenge)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중소 화장품 업체의 성장을 돕고, 6차 산업 마을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지원을 하고 있다.

제주센터의 보육기업 구성원들은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 제주출신이면서 되돌아온 인재, 그리고 제주에 창업을 꿈꾸며 입도한 청년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연결될 때, 바로 청년들이 주인공이 되어 제주 창조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본다.


-제주센터장으로서 앞으로의 포부는 무엇인가.


▶제주는 1965년경 감귤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해 한때는 감귤나무 한그루가 있으면 자녀를 대학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제주의 경제성장과 인재성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육지로 해외로 유학 간 자녀들 중 제주로 돌아온 사람은 적다. 사실 제주 뿐 아니라 수도권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그 어느 지역들도 인재의 유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의 인재들이 많이 유출되고 청년들이 다양한 기회를 갖기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센터가 체류형 사업자나 문화·IT 이민자, 디지털 노마드를 제주로 끌어들이고 이들을 도내 인재나 스타트업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누가 봐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이 한해 한두 개라도 나오고, 청년들과 투자자들이 센터의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모여들어 서로 교류하고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제주가 가진 한계를 극복해낸다면 우리 사회 전체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취업준비생과 기업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며 고용과 일자리 미스매치의 원인을 진단해보는 취업박람회 ‘잡(job) 수다’를 정기적으로 열고, 지난해에 이어 창조 페스티벌도 추진하는 등 창의적·잠재적 인재를 발굴·유입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정수익, 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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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익, 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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