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철 기자] 교육분야에 있어 김재춘(53·사진)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의 이력은 정말 화려하다. 그는 대학(영남대)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자로 재임하던 중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던 201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을 맡게 됐다. 곧이어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내다 지난해 2월 제58대 교육부 차관을 지냈다. 올해 1월부터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연구개발하고 각종 교육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한국교육개발원(이하 ‘개발원’) 수장으로 변신했다.
그는 “엊그제 원장으로 부임한 것 같은데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대학과 정부에서 각각 맡았던 일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교육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선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개발원 본연의 임무인 연구개발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데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개발원의 중대과제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현재 ‘한국교육종단연구’라는 상당한 규모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2005년과 2013년에 각각 데이터 수집을 시작했는데, 2005년 당시 중학교 1학년생을 지금까지 12년간 함께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사례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 그 대상이다. 이를 통해 아마 굉장히 다양한 통계자료를 분석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대학에서 75년째 데이터 수집을 진행 중인 연구도 있다. 진정 선진국답다. 우리나라도 개발원을 중심으로 중장기적 방안을 수립해 교육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이끌어 가야 한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것도 개발원의 중대과제다. 인공지능과 스마트시대를 맞아 오는 2030년대를 살아갈 우리 미래세대에게 어떤 역량을 길러줄 것인가, 또 어떤 교육방안을 제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바로 개발원의 과제다.
-자유학기제가 본격 시행 중인데,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자유학기제는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등 교육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단번에 시행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그동안 점진적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가 연수 등의 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학교 중심으로 운영해왔다. 그간의 성과분석 결과 상당히 좋은 편으로 나타났다. 교사와 학생의 만족도는 압도적이었고, 학부모도 시행 초기에 비해 신뢰도가 상당히 많이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자유학기제의 긍정적인 지표를 제시한다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우선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다. 5점 만점의 리커트 척도(Likert scale, 총화평점법)로 보면 3점이 평균인데, 교사와 학생의 경우 4점을 넘었다. 웬만한 교육정책으로는 나올 수 없는 만족도라고 생각한다. 둘째, 교사와 학생간 상호작용이 상당히 늘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학생과 학부모간 상호작용도 늘면서 학생들이 공부를 즐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교과에 대한 선호도와 공부를 즐기는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 특히 그동안 우리 교육의 문제로 지적됐던 인성과 관련된 부분, 이를테면 학생들이 상호 협동하고 배려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도 큰 성과다. 셋째, 지난해를 기준으로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그룹이 참여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학업성취도가 높은 동시에 사교육비는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물론 사교육비의 경우 통계적 의미가 크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적어도 자유학기제가 사교육비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교육을 총체적으로 어떻게 보고 있나.
▶지금 우리 교육에 대한 외국의 관심은 상당하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한국의 교육정책을 굉장히 배우고 싶어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동안 학자나 관료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교육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단지 해방 이후 짧은 기간 엄청난 변화를 겪으면서 최상급의 교육을 실현하기엔 아직 역부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 그동안 양적·질적 팽창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와 교육을 통한 행복감 전파에 있어선 부족한 편이다. 이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의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교육 자체가 각 개인에게 행복을 선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자유학기제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상당한 정책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자유학기제가 중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우리 교육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국민적·사회적 합의를 거쳐 훌륭한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시켰으면 좋겠다.
-개발원의 업무 가운데 특히 대학평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대학구조개혁평가의 경우 일종의 ‘고부담’ 평가다. 대학 입장에선 평가결과가 나쁠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만큼 평가를 주관하는 개발원도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책임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타당하고 적절한 평가지표를 설정하고, 철저하게 대학 관계자로 이뤄진 평가위원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정대학이나 인맥에 의한 평가를 막기 위해 연수과정을 통해 전문가로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평가팀별로 최고점과 최저점은 배제해서 평균을 산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또한 엄격한 관리를 통해 보다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평가지표에 대해 각 대학별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부분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평가지표에 대해선 사전에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대학평가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 대한 구조방안은.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해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인근의 유사한 수준의 대학으로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게 하고 있다. 학생들의 피해를 보장하는 장치를 만들어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피해사례는 거의 없다. 다만 교수들의 경우 어려움이 다소 있다.
-내년에 기관 이전 등 산적한 현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1월 충북 진천혁신도시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다. 45년 가까이 서울에서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그동안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 직원들 또한 다소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 가까이 역량을 갖춰왔고 국제적 지명도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환경만 잘 갖춰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기관장으로서 무엇보다 여성연구원들의 근무여건을 최대한 배려해 본연의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없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기관 이전에 앞서 중대한 의사결정은 전체 구성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최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한다. 다소 진행이 늦더라도 최적의 대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임하고 있다.
-향후 포부를 전한다면.
▶개발원은 그동안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교육정책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해왔다. 또한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다양한 국가들과 교류를 해오고 있다. OECD의 경우 선진국과 함께 다양한 교육사례를 비교하고 연구하면서 의견을 주고받는 업무를 수행 중이다. 유네스코와는 가난한 국가들에게 원조를 하면서 교육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이제는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진 만큼 개발원의 역량도 커졌다. 다양한 연구활동을 통해 한국교육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미래지향적 교육정책을 만들어 가겠다. 훌륭한 정책을 통해 교육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에 앞장서겠다. 나아가 국제사회와 협력관계 속에서 우리 교육을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싶다. 국민들도 개발원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줬으면 한다.
<김재춘 원장>
-1963년 출생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서울대 교육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육학 박사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과학분과 전문위원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실 교육비서관
-제58대 교육부 차관
-現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이은철 기자 dldms8781@kukinews.com